노나라에 왕태라는 사람이 살았다. 형벌을 받아 발뒤꿈치가 잘린 불구자였다. 그러나 제자의 수는 공자와 맞먹었다.

상계가 공자에게 물었다. 불구자에게 뭐 배울 게 있다고 사람들이 몰릴까요? 수업도 안 하고 토론도 없다는데, 사람들은 비어서 갔다가 채워서 돌아온다네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느껴지는 가르침이 있나요? 왕태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 분은 성인이다. 나도 진작 가보려 했으나 꾸물거리다 못 갔다. 발을 잃고도 마치 신발에서 흙 떨어진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공자가 성인이라고까지 치켜세우니 상계는 더 이상 불구자 운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불구를 불구로 여기지 않는 상심을 얻은 마음 수련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드는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흐르는 물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느냐? 잔잔한 물에 비춰본다.

오직 고요한 물만이 제 모습을 비춰보려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장자' '덕충분'의 일부다. 부언하자면 흐르는 물은 상을 이지러뜨린다. 흐르는 물에는 얼굴을 비춰보기도 힘들거니와 보더라도 흔들리는 내 모습일 뿐이다. 잔잔하기에, 멈춰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줄 알기에, 현실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대신 있는 그래도 볼 줄 알기에, 왕태는 발 잃은 것도 신발의 흙 털 듯 여길 수 있었다.

불구를 불구로 여기지 않는 마음, 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 기뻐도 기쁨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그게 바로 상심, 늘 똑같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