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 은 미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요즘은 잘 불리지 않는 노래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절절히 담은 가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곡의 가사이다. 어린 시절 피아노 치며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불러드렸던 이 노래가 문득 곱씹어졌다.

어릴 적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약하게 태어난 나는 유독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오히려 장손인 동생은 뒷전이라 가끔 투덜대기도 할 정도였다. 그 사랑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고나서도 이어졌고 언제나 좋은 거, 바른 것만 주시며 넘치도록 사랑을 부어주셨다. 농담으로 남편은 장인어른의 사랑을 이길 수 없다고 하기도 한다.

이렇듯 부모님의 사랑은 한이 없고 끝이 없다. 철없던 시절 모든 게 잔소리 같고 괜한 걱정같아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의 친구들, 지인들이 가장 갖고 싶은 게 부모님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며 그 소중함에 날마다 감사하게 된다.

어느 지인 분은 말한다. 요즘 같은 김장철에 더 이상 엄마김치를 먹지 못해 슬프다고...

어제 저녁 갑자기 동생에게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특별하게 집에 일이 있지 않는 한 도통 연락하지 않는 동생의 이름에 순간 가슴이 덜컹했다. 한참을 뜸들이다 아버지가 아파 응급실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큰 사고나 병이 아닌 몸살감기와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고 한다. 회사의 일이 유독 많고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한 내 잘못인 듯 하여 마음이 무거웠다.

함해국과 같은 소규모 회사는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올해는 지금껏 외부에서만 돕던 가족들이 더 이상은 나 혼자 어려워 본격적으로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나뿐인 딸이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려가 될 정도로 부모님께서는 쉬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퇴직 이후 일이 있어 즐겁다고는 하시지만 아마도 무거운 딸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핑계일 것이다. 주말도 없이 매일을 새벽에 나가 농장을 돌보시고 바쁠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주시니 어려웠던 회사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쉬지 않으시니 병이 나신 듯하다. 일생을 응급실에 가본신 적 없는데 가족 모두가 적잖이 놀랐다.

우리 가족 모두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 밤이었다.

또 한 번은 회사일로 통화를 하다가 내가 원망 섞인 경솔한 언행을 한 적이 있다. 그날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심장이 떨리고 숨을 못 쉬겠다며 어머니에게 하소연하셨다고 한다. 자식에게 받은 상처는 그 어떤 어려운 일보다도 더 큰 충격인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매일 다짐하게 되었다. 부모님을 오늘 보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어찌 보면 부정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서운한 것도 하나 없고 화나는 일도 사그라진다. 이런 생각이 앞서다 보니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말이 먼저 나오고 감사한 표현도 서슴없어진다.

한이 없는 부모님의 사랑은 감히 흉내내기도 어렵다. 각 가정마다 부모님의 사랑은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지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가끔 그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신호로 도착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본질을 잊지 않고 알아준다면 더 없이 좋은 관계 또는 사이가 될 것이다.

오늘 그 시그널을 아끼지 말고 마음껏 전달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