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영규

‘삶은 계란이 왔어요 오징어 땅콩에 따끈따끈한 김밥이 왔어요’ 불과 십오육년 전만 해도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반복하여 들려오던  소리다.
어느 분야나 가릴 것 없이 다사다난했던 기해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지 금세 십여일이 훌쩍 지나갔지만 여전하게도 우리 주위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씁쓸하기만 하다. 사상 최대의 국가예산을 우리 익산시가 확보했다고 자랑, 선전하고 있으나 언제쯤 우리들의 피부에 와 닿을지? 시민들의 관심이 늘지는 않아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작은 기부를 통하여 모금 운동을 벌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외롭고 쓸쓸한 보호 시설의 노인들, 그리고 인정에 굶주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찌보면 도움을 받아야 할 약자들이 반대로 도움을 주고 있으니 그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엊그제는 전주에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도둑질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범인을 바로 검거하여 기부금을 찾아 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소식에 안심했지만 그 일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경기침체와 불황 등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서로 양보와 희생으로 사랑을 더한다면, 인정이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비우면 채워진다’는 기부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이 우리 모두가 마음 속 깊이 새겨 들을 일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따지고 보면 삶 이라는 것과 직접적 간접적으로 매사에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사느냐? ”묻는다면 즉답하기는 쉽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여행을 해보면 얻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기차를 타보니 삶은 계란이요 라는 즉답에 간단하고 손쉽게 답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우습지만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살아가는, 일상적인 생각은 단편적이며, 삶 전체와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에 대하여 묻지 않고 의심치 않으며, 그저 흘려보내며 살아간다. 삶이란 문제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본업으로 살아가는 철학자나 종교 사상가조차도 실은 생각은커녕 단편적으로 머무르고 살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급박한 문제는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라고 하는 극단적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하는 절체절명의 물음이니- 삶의 세계 밖에서 삶의 세계 안쪽으로 뛰어들어갈까 말까하면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는 삶의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절실한 물음은 이미 시작된 이 삶의 현실을 어떻게 보람있고 의미있게 보낼 것인가?’ 라고 하는 숙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정해진 삶의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인생에 목적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란 고도의 감성과 지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나름의 의지도 겸비하고 있다. 욕구를 포함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목적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인 까닭에 자신 스스로가 어떤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세워 추구하는 목적은 서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재물에 목적을 두고, 다른 이는 지위를 추구하고, 또 하나는 사랑과 우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추구하는 눈앞의 목표는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하나로 집약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기를 모든 인간들이 결국에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행복(eudaimonia)이라고 단언했다. 역시 행복은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삶의 궁극적 목적이다.
우리의 삶은 짧지만 의미와 뜻을 더하여 잘 살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문제는 잘 사는 삶이 쉽지는 않다. 새해에는 잘살아 보자고 다짐해 본다. 진정, 올해 경자년에는 후회없이 살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