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웅

바이러스(virus) 전성시대다. 끊이지 않고 창궐해 공격하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정비례하여, 바이러스도 우리들 주위에서 더욱 강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인간에 미치는 해악이 갈수록 커지는 바이러스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작은 입자라 한다. 세균보다 작아서 세균여과기로도 분리할 수 없고, 전자현미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조차 없다. 겉으론 미생물이지만 실제론 핵폭탄의 위력을 가진 것 같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이기도 하다. 바이러스가 이롭게 사용되는 사례들도 있다. 레트로 바이러스는 유전자 치료와 임상적 도구에 사용되며, 면역의 특성을 지닌 바이러스를 주입해 특정 질병에 내성을 갖는 식물을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작금의 바이러스 열풍이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은 인류의 종말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바로 인류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인천공항은 영화 <부산행>처럼 저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서로가 서로를 꺼리는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있다. 신경이 곤두서 있으며 기침 소리만 들리면 주변은 홍해처럼 갈라진다. 중국어가 들리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방향을 틀어 최대한 멀찌감치 움직인다. 뒤이어 혐오와 배제의 속삭임이 터진다. “중국 애들 정말 더러워. 어떻게 박쥐를 먹니?” “도대체 몇 번째야. 병이라는 병은 걔들이 다 옮겨.”
그러나 특정 대상과 문화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혐오를 부추기고, 배제를 합리화하는 건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적절한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동시에 공동체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다.
예를 들어 중국인의 입국 금지는 정말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국제법, 정치, 외교,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감염 방지로 권고하는 방법이 아니다. 밀입국시 경로를 파악할 수 없어 전염병이 번질 경우 더 복잡해진다.
바이러스의 명칭도 문제이다. 바이러스 명명은 과거 주로 지역이나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한탄강 지역인 ‘한탄 바이러스’, 콩고의 강 이름인 ‘에볼라 바이러스’, 일본에서 처음 분리되어서 ‘일본뇌염’, 노르웨이의 의사 이름인 ‘한센병’, 불과 몇 년 전 중동과 한국을 뒤 흔들었던 메르스의 경우 ‘중동 메르스’로 명하면서 중동의 많은 아랍 국가들이 WHO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WHO에서는 2015년 새로 발병되는 병명과 병의 원인체에 대한 명명 원칙을 새로 수립했다.
특정 종교, 민족, 여행, 산업 및 무역에 대한 장벽이 되거나 식용 동물의 도살을 유도하는 것을 경고하며, 질병 이름에서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 또는 음식, 직업 등에 공포를 유도하는 단어를 배제한 것이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란 공식 명칭 대신 언론에서는 여전히 “우한 바이러스” “우한 폐렴”으로 표기하고 있다. 댓글에는 그들을 향한 욕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는 언론, 끊임없이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정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비는 많은 학자들이 이번 주까지로 보고 있다. 그전 비슷한 변종 바이러스의 생애 주기가 그랬다. 이후 방역과 바이러스 자체의 한계로 감염자가 줄어든다면, 다른 바이러스처럼 사멸 과정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이 바이러스는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고, 또,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정부에도 당부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진단, 예방, 치료 3원칙의 대응전략에 이전보다 과하게 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바이러스 연구를 단순한 질병치료가 아닌 국가의 경제 사회적 안정 유지와 위기 극복에 대비한 매우 중요한 필수 연구 분야로 삼고, 국가 차원의 사업 추진과 구체적인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 부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바이러스 질병 대응으로 감염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며 국민이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