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담소를 잘하였다. 언젠가 친구의 집을 찾아갔더니, 주인이 주안상을 차려내왔는데 육식은 없고 단지 채소만을 차려놓고 사과하여 말하기를 “집인 빈궁하고 시장이 멀어 맛있는 음식은 없고 오직 담백할 뿐이니 이것이 부끄럽다네”라고 하였다.

이때 마침 여러 마리의 닭들이 뜰에서 어지러이 모이를 쪼고 있거늘 김선생이 말하기를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니 당장 내 말을 잡아서 안주를 장만하시게나”하였다. 이에 주인이 말하기를 “말을 잡으면 무엇을 타고 돌아가려고 하나?”하니 김선생 말하기를 “마당에 있는 저 닭을 빌려 타고 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하자, 주인이 크게 웃으며 닭을 잡아 대접하여 서로 대취하였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는 『태평한화 골계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골계전은 조선시대에 서거정이 엮은 책으로 성종년간에 간행되었다,

또 주자 십회에는 不接賓客(부접빈객)이면 去後悔(거후회)(손님을 접대하지 않으면 간 뒤에 뉘우친다)라고 했다.

어쨌거나 한 해가 저물었다. 해가 지면 아침이 오는 법. 사람들은 태양의 둘레길을 걸으며 살아간다. 길을 걸으며 보지 못하고, 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는 길에서는 꼭 이루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