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음악의 전공이나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비발디는 4계절의 신비를 섬세한 리듬감으로 묘사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울의 장중한 느낌이 지나면 봄은 아지랑이 같은 음율로 재잘거리듯 맑은 날의 꿈을 연주한다. 유명한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소리 왈츠’가 경쾌하게 사뿐사뿐 다가오는 봄의 속성을 연주한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비발디만의 특징을 이해한다. 소리로 듣는 음악이지만 봄의 경치를 보는 듯한 느낌은 청각의 시각화를 통하여 감흥을 자아내는 시(詩)의 공감각적 기교를 충분히 능가한다, 봄에 담긴 의미가 워낙이나 심오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할 때 쓰는 적절한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구절이 아닌가 한다.

따뜻한 봄이 왔다. 지난 겨울은 유난이도 추웠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도 춘래불사춘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곳곳의 문제들이 문제인가 보다. 그러나 예술을 하는 우리들에게 찾아온 봄은 나름의 의미가 크다. 늦추위는 늦추위대로, 철이른 더위는 더위대로 의미가 있겠으나 예술인에 있어서 계절의 변화와 일어나는 현상을 통하여 인생을 성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원초적 본능을 얻는다. 그러나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조하지 못할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들먹인다. 다시말하면 자신의 예술감각을 화초가 전혀 자라지 않는 오랑케 땅과 같다는 탄식인 것이다.

봄이 왔는데도 시 한편 제대로 쓸 수 없고 풍경화 한 점 그리지 못하는 감각을 탄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서 문학적 감상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자는 예술인이요, 문학인이기에 꽃이 없어도 봄이요, 볼거리가 없어도 봄인 것이다.

‘봄’은 ‘보다’라는 동시에서 파생한 명사이나 볼거리가 많아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보는 행위로 굳어진 것이 ‘봄’이다. 겨우내 땅속에 숨어있던 것들이 여릿한 얼굴을 내밀고 마른가지에 싹이트고 꽃이 되어 볼거리를 많이많이 열어놓은 계절이라서 ‘봄’이라 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예술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통하여 생동감 있는 작품을 기대한다. 마치 자연이 새봄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듯이 예술인 역시 다양한 작품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아름다운 꽃, 향기나는 꽃과 같이 외형적인 볼거리도 좋지만 추위를 이기고 새 생명을 돋우는 봄의 의미처럼 부활의 가치를 지닌 애용적인 면에서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봄이어야 예술인으로서의 봄인 것이다.

6.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실려 있었으니. 내용인 즉 개미는 겨울이 닥치기 전에 열심히 일해서 양식을 모아 겨울 내 걱정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데 베짱이는 한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노래나 부르면서 즐겁고 신나게 실컷 놀고 지내다가 한겨울에는 먹을 것이 없어 개미에게 구걸하러 온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창기에 근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취하려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우화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정반대여서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신세이고, 베짱이는 여름동안 즐겁고 재미있게 부른 노래의 판권으로 겨울에도 많은 소득을 올려 개미를 도와준다는 이야기이니 21세기는 문화예술관광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승부처는 결국 문화이고 문화예술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삶의 질에 국한되는 테마가 아니라 경제발전의 주요한 축이자 국력의 척도인 것이다.

문화가 국제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사실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이나 그 행사의 활성화는 1석 4조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킴은 물론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재고를 위하여 필수적인 창의력을 키우는데 기여한다. 또한 국민들의 해외여행 수요를 감소시키고 역으로 해외관광객 유치를 통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무역의 수지를 개선하는데도 큰 몫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