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들의 인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을까. 먼저 공자는 성에 관해 말하지 않았고, 맹자는 소극적으로 선에 관해서만 말하며, 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순자는 후천적인 성으로 악과 선으로 보였다. 사실상 인성 속에 악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비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악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기가 위나라의 장군으로 중산국을 공격할 때 한 병사가 몸에 종기가 났다. 그는 무릎을 꿇고서 병사의 종기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주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본 그 병사의 어머니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이에 어떤 사람이 물었다. “장군께서 이렇게 병사를 사랑하시는데 왜 우는 겁니까?”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옛날에 오기장군이 이렇게 제 남편을 대해주셨는데 결국 남편은 전사했어요. 그러니 내 아들도 전사해야 하지 않나요?” 또 한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꾼이 지주를 위해 농사를 짓는데 지주가 밥도 주고 돈도 준다면 그것이 일꾼을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일꾼이 더 열심히 일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일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힘껏 밭을 가는 것이 지주를 사랑하기 때문인가? 역시 아니다. 더 좋은 밥을 먹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한비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수레 파는 사람은 남이 부귀해지길 바라고, 관 짜는 사람은 남이 일찍 죽기를 바란다. 그것이 설마 앞 사람은 인자하고 뒷사람은 잔인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부귀한 사람이 없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고 죽는 사람이 없으면 관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수레 파는 사람이든 관 짜는 사람이든 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에 불과하니, 무슨 인의나 도덕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 만약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나 의리가 있다면 인성은 본래 선하거나 선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와 반대라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비의 이야기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사랑인가, 의리인가, 이익인가? 이익이다. 사람들은 오로지 명예와 이익을 뒤쫓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