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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시외버스 도민 호주머니털이 사건

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지난 10월 1일 전주-익산-군산 간 시외버스 요금이 인하되었다. 10월 1일 공고문의 내용은 ‘일부 구간 요금을 인하하여 승객서비스 증진에 노력하고자 하오니’라고 되어있다.

전주-익산 3500원->2900원, 익산-군산 3100원->2700원, 전주-군산 5600->5300원으로 그 인하폭이 제법 컸다. 웬일 일까 했지만 이용자들은 반갑고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생들처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이용객들이야 큰 차이를 느꼈을 것이었다. 익산에서 전주로 통학하는 학생이라면, 익산-전주 간 3500원에서 2900원으로 600원이나 내렸으니 왕복하면 매일 1200원이 절약되는 셈이었다. 이 어려운 때 승객 서비스 증진을 위해 저렇게 과감한 요금 인하의 결단을 해주다니, 깜짝 놀랄 고마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10월 말에 사무실로 누군가 찾아왔다.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면서 꼭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얘기인즉 지난 10월 1일의 전주-익산-군산 간 시외버스 요금 인하는 승객 서비스 증진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 법을 위반해 부당하게 과잉 요금을 받아오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법 기준에 맞춰 조정했다는 것이다. 전주-군산-익산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여러 노선에서 과잉요금이 아직도 징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실이었다. 시외버스 요금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그 근거가 있었다. 동법 제8조 ①항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를 받은 자는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에서 운임이나 요금을 정하여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 운행거리에 km당 운임요율을 곱한 금액의 범위에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면허권자가 요금을 정하여 도지사에게 신고하면, 도지사가 검토 수리해서 인가해주도록 되어 있었다. 현재 운임요율은 시외버스의 경우 국도로 다닐 때는 1km당 116.14원, 고속도로로 다닐 때는 (고속도로 운행거리 200km 이하일 경우) 1km당 62.35원으로 되어 있었다. 전주터미널에서 익산터미널까지 휴대폰 지도 앱을 이용해 거리를 재니 약 25km(30km 적용)이고 국도로 다니니 곱하기 116.14원 해서 약 2900원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익산-군산, 전주-군산은 약 23km(27km적용), 45km(48km적용)의 거리에 116.14원을 곱하니 약 2700원, 5300원이 되었다.

그동안 도민들이 불법적인 바가지 시외요금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언제쯤부터 부당요금의 피해를 입고 있었을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제정법과 개정법조문을 하나씩 대조해보았다, 1961년에 제정되었을 때는 제8조(운임과 료금의 인가) 내용이 ‘자동차운송사업자는 운임과 요금을 정하여 교통부장관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 이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또한 같다’로 되어 있어 지금과 달랐다.

많은 개정과정을 거치다가 1989년 12월 30일 개정 시에 제8조 (운임과 요금의 인가등) 내용이 ‘①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 또는 등록을 받은 자(이하"자동차운송사업자"라 한다)는 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및 요율에 따라 운임 및 요금을 정하여 교통부장관의 인가(변갱인가를 포함한다)를 얻어야 한다’로 되어 오늘과 같은 기준이 마련되었다. 1989년이면 전주, 익산, 군산터미널이 현 위치에 있을 때이니 실제 운행거리는 지금과 변함없다. 그러면 올해까지 부풀려졌던 거리도 그대로였을 것이다. 또한 그때는 통학생도 지금보다 적지 않고 인구도 적지 않을 때이니 현재의 운행 횟수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하루에 약 70~80회 정도 왕복 운행한다고 하니 평균 15명 정도만 탄다고 가정해도 1년에 10억이 넘는 돈을 부당요금으로 도민의 호주머니를 턴 셈이다.

2008년 10월부터 1km당 100원, 2010년 8월부터 1km당 107원, 2013년 3월부터 1km당 116원으로 인상 적용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제적인 편도 1회 탑승 시 부당요금에 의한 피해는 오늘날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정이 없다면 전주-익산-군산 노선 운행을 통해 1989년 이후 오늘까지 약 28년 동안 매해 10억원 이상의 부당요금 피해를 도민들이 입은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엄청난 일이었다.

전라북도청과 시외버스 회사에 이와 관련해서 공문으로 질의했다. 불법 부당한 요금이 책정된 이유와 그 규모를 밝히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을 밝혀줄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질의를 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두 기관의 답변은 매우 유사했는데 최초 인가시의 거리 기준이 터미널 이전이나 도로 여건 개선사항 등이 제 때 반영되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인가 거리보다 실제 운행거리가 짧은 전주~익산~군산의 요금을 인하했다는 것이다.

내가 91년부터 군산에서 살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그때 군산에서 익산까지 오는 노선과 현재 노선이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도로 선형도 크게 바뀐 것이 없고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 26년 동안 익산-군산 간 왜 4km차이가 나는 건지 납득이 안가는 답변이다. 더구나 부당이득금의 규모와 그 환수 방안에 대해서는 두 기관 모두 묵묵부답이다. 인가 거리보다 실제가 짧은 노선은 인하했지만, 인가 거리보다 실제가 긴 노선 예를 들면 전주~김제~부안, 전주~정읍~고창 등 요금 인상해야 할 곳은 시민편익 때문에 요금 인상을 유보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을 뿐이었다. 이 부분도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지면이 짧아 다시 언급할 기회를 봐야겠으나, 어떤 변명으로도 불법 부당요금에 의한 도민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당운임요금을 신고했던 시외버스 회사와 이에 대해 성실한 도민의 대리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신고수리 인가를 내준 전라북도는 도민들 앞에 사과하고 그 전체적인 피해실태와 대책을 내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