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는 그대가 걸어가다가 지금은 멈추고, 또 조금 전에는 앉아 있다가 지금은 일어서 있으니, 어찌 이다지도 일정한 지조가 없는가?”

그림자가 답했다.

「나 또한 무언가 의지하는 것이 있어 그리된 것인가?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여 그리된 것인가?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 같은 것에 의지하는가? 어떻게 그런 줄 알겠으며, 어떻게 그렇지 않은 줄 알겠는가?」

윗글은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그림자 이야기이다.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보자면 그림자는 부수적인 것이고, 실물은 알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림자의 그림자」 곧 곁 그림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림자가 실체가 된다. 곁 그림자의 존재의 근거는 그림자가 된다.

우리가 실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사실은 실물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의 몸뚱이 또한 다른 실체의 허상이 아니겠느냐? 생각하고 욕망하고 행동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라는 주체가 사실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장자는 말하고 있다.

꿈속의 꿈과 마찬가지로 그림자의 그림자 또한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우리의 존재를 뿌리째 흔들어 놓기 위한 장자의 설정으로 궁극적으로는 실체와 허상을 마주 세우기 위한 생각으로 우리가 실체라고 생각하는 실물조차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유로 따지자면 실물이나 그림자나 곁 그림자나 모두 실체이다.

모두 실제 현상이니까 하지만 여기서는 생각을 좀 쉬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