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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4·13 총선을 앞둔 일주일 전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개 후보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필자에 대하여도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면서 아무개 후보를 꼭 좀 도와달라고 연신 말을 이어갔다. 내용 중 청각을 크게 자극하는 것은, 예술인들이 도움을 받으려면 꼭 아무개 후보여야 된다는 조금은 강압적인 내용이었으며, 지난 3년여 동안 예술인의 대변자로서 고민하던 중이어서 끝까지 경청했다. 선거구 유권자의 전화번호, 직업, 출신학교, 가정사 등 개인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 불쾌하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지난 50여 일 동안 메시지, 카톡, 밴드, 인터넷, 지상파 방송 등 한시도 쉼 없이 줄기차게 보내오는 내용에, 30여 명의 후보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위와 같은 정보는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미국의 액시엄 정보회사는 약 2억 명의 미국인에 대한 라이프 스타일 데이터를 확보, 집 가격, 구독하는 잡지나 신문, 휴가는 어디로, 식습관은 어떠한가 등까지도 파악한 정보를 수요자에게 선별하여 판매한다. 정보를 분석하여 정치적 성향까지도 파악, 선거 캠프는 이를 이용 유권자를 집중적으로 공약할 수 있도록 한다. 언론인 ‘스티븐 베이커’는 엄청난 데이터의 세계는 “인간 행동이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자기의 휴대전화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고, 교통카드나 하이패스는 자신의 동선을, 신용카드는 생활양식을, 트위터는 일상사를, 인터넷 검색은 본인의 관심사를 그대로 정보수집 관련계통에 전송하고 있다. 현재 아니면 어제 술을 마셨는지? 지금 헬스장에서 다이어트 중인지? 마트 영수증으로 드러난다. 스마트폰을 쓴다면 개인 생활의 모든 면, 24시간의 행동이 그대로 노출된다. 야후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2,600여 개의 흔적을 남긴다하니, 오래전 수 천, 수 만 명의 동원된 스파이를 통하여 수집해온 정보를, 자신의 의도 및 승낙여부와 무관하게 공개 수집되는 셈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도 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교사나 지인 병원의사·은행·교회 등에도 흩어져 있었으나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비정상적 행동을 하지 않는 한 한 곳에 모아지는 일은 없었다. 정보 통신시대에도 각각의 정보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사소한 흔적들이 개인단위로 통합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또한 개인 정보는 쉼 없이 분석, 업데이트된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의 삶이 낱낱이 드러나니 양면의 칼이다. 예술가도 사회적 인간인 만큼 정치와 만나지 않을 수 없다. 투표를 통하여 예술활동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선택함으로써, 예술은 그 안에 정치적인 메시지와 정치적 정황을 담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술과 정치, 오랜 인류 문화사 속에서 이 두 분야는 때로는 행복한 동반자로, 때로는 불편한 만남으로 흥미로운 족적을 남겨왔다. 예술과 정치의 만남은 곧 예술가와 정치의 만남이나 다름없었다. 시대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 정치에 철저하게 대항한 예술가, 정치를 예술로 조롱한 예술가 등 다양하다. 예술과 정치를 조화시킨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 신에게 도전한 르네상스 인간 괴테, 세계제국을 꿈꾼 오페라의 황제 바그너, 조국 통일을 노래한 민족주의자 베르디, 예술의 죽음에 맞선 혁명가 피카소, 히틀러의 광기에 저항한 채플린, 권력과 권위를 거부한 샤르트르, 자유를 노래한 평화주의자 레넌 등 서양인 이외에 우리나라의 예술가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17세기 플랑드르의 궁정화가였던 루벤스는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서 행복한 예술가였다. 그는 왕궁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의 와중에서도 어떤 권력이나 부에 복종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창조해 냈다. 부와 권력의 유혹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자연과 인간의 존엄성을 찬미하는 그림에 몰두했다. 예술로 정치를 극복한 것이다. 그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로 예술이 살아남을 때 비로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법,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예술과 정치의 진정한 관계인지도 모르며 예술이 정치를 만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역시 예술은 항상 영혼의 자유로운 표출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