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자선원장 · 전북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

김영주

2016년 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되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대통령과 장·차관, 국회의원 등 1년 새 재산평균이 4,300만원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전체 공직자 10명 중 7명은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1년 만에 1억원 이상 불린 고위공직자도 10명 중 3명 가까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3억5,000만원 늘었다고 신고하였으며, 재산공개 국회의원 중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고의 부자자리에 올랐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등을 막기 위해 일정 직위 이상의 공무원들의 재산을 등록토록 하는 제도이다. 공직자 윤리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이를 실시하고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와 함께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보장하는 두 가지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점점 돈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 뉴스는 초미의 관심사요, 많은 사람이 증권시세표와 로또 당첨 번호표를 들여다본다. TV 드라마나 영화는 사랑과 돈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주인공이 남녀 간의 사랑으로 부자가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항상 인기 만점이다. 왕족과 양반 주도의 위계질서가 사라진 곳에 새로운 피라미드가 형성된 것이다. 재벌은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과거 왕족과 같은 권위를 누리고 대접을 받는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미덕이 되더니 이제는 물려받은 재산조차 자랑스러워한다. 주위 사람들은 부자를 능력이 우월한 인재로 여기고 가까이 다가가 덕을 보려고 한다. 반대로 소득이 적으면 스스로 하층민으로 규정하고 자괴하기도 한다.

세태가 이러하니 부자가 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꿈이 되었다. 보람 있고 명예로운 직업보다 돈 잘 버는 직업이 우선이다. 단번에 큰 돈을 버는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법대와 의대가 입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지는 이미 오래다. 법조인과 의료인의 자부심보다는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과 고소득을 기대하는 것이다. 졸업생들의 동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판사나 검사도 적당한 기회에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되고, 의대에서는 개업이 잘 되는 피부과, 성형외과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소유물은 당연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소유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보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물건을 소유하고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임의로 이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립함으로써 자본을 투자하여 새로운 부를 창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기술이나 지식 등 지적 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하여, 남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권리도 생겨났다. 오늘날 지식정보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어느 날 소태산 대종사께서 한 제자를 향해 소를 타고 가되 소를 길들이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사람의 예를 드시며 물었다. “오늘 그대의 오는 것을 본즉 역시 소를 타고 오니 그 소는 어디 있는가.” 그 제자는 지금 소를 타고 있다며, 소의 모양을 대종사께 설명하기를, “키는 한 길이요, 빛은 누런빛이요, 신은 삼으로 만든 신이오며, 수염은 혹 검고 혹 희게 났나이다”라고 한다. 이후 대종사께서는 소에게 끌려 다니는지, 소를 호령하고 다니는지에 대해 물으시고는 “그대가 소를 이미 발견하였고, 길들이는 법을 또한 알았으며, 더구나 소가 그대의 말을 대체로 듣게 되었다 하니, 더욱 힘을 써서 백천만사(百千萬事)를 다 자유자재하도록 길을 들이라”라는 법문을 내린다. 마음이라는 주인공을 소에 비유하여 주고받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소를 발견하여 소를 여유롭게 거느리고 타고 다니듯이 나의 참마음을 알아 그 마음을 마음결대로 잘 활용하라는 말씀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사람이라 했다. 마음의 여유는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데서 온다. 즉 마음의 재테크를 잘 해야 한다.

비무안거야 아무안심야 비무족재야 아무족심야(非無安居也 我無安心也 非無足財也 我無足心也)라는 말이 있다. 묵자의 말씀이다. ‘자리가 불편한 것이 아니고 나의 마음이 불편한 것이며, 재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만족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마음은 가치를 판정하는 주체로써 세상을 재는 자이며, 가치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고 의미를 판별하는 눈이다. 그러한 마음은 신(神)이요, 진리(眞理)요, 법신불(法身佛)이요, 우주의 바탕이요, 살아있는 영원한 실체요, 무한동력이다.

마음의 본과 말을 알고 마음 닦는 법을 알고 마음 쓰는 법을 잘 아는 것이 모든 지혜 중의 제일 근본이 되는 지혜가 된다고 했다. 또 무엇이나 근본에 힘써야 끝이 잘 다스려진다고 했다.

소유를 목적으로 한 고비용 인생은 돈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훌륭한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좇아 살고 있다. 돈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어 삶의 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돈이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수단의 비용이며 도구인데 사람에 종속 되어야 할 도구가 사람의 숭배를 받는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이 감정과 자기 밖의 것에 현혹되어 물질과 명예 지위와 이득을 추구하는 욕심에 갇히게 되면 영혼은 빈곤해지고 영혼이 빈곤해지면 마음이 메말라진다. 마음이 메말라지면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마음이 쪼들리고 마음이 쪼들리면 삶의 여유가 사라진다. 마음을 비우면 삶의 비용이 줄고 삶의 비용이 줄면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삶의 설계를 무소유의 비움으로 한다면 적은 돈으로도 인생은 풍성하고 넉넉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