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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민주사회는 평등사회이지만 너무나도 살벌한 경쟁사회다. 특히나 최고만을 지향하는 한국인의 열망은 1등 만을 인정하고 기억하며 위하는 잘못된 세상이라고 불평하면서도 타고난 신체적 정신적 기질과 배짱, 그리고 승부사적 근성으로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서기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하여 결국 성공의 자리 1등의 결과를 얻고 마는 것이다.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이시형 박사의 저서는 1980년대 초반에 출간해서 3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오늘날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대단한 스테디셀러다. 주된 내용은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소심함과 열등감, 체면의식을 지목하고, 배짱으로 이를 물리치자는 이야기다. 이것이 아마 우리들의 공감을 얻었나 싶다. 한국인의 무의식 밑바닥에는 정말 두둑한 배짱이 있나 보다. 우리는 자주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을 쓴다. 무모한 도전의 의미이기에 그다지 좋은 말은 아닌 듯 하나 이 말이 유독, 우리에게는 그럴듯한 뉘앙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모하고 엉뚱함이 아니라 과감하고 두둑한 도전적인 배짱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 공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 모 아니면 도, 달걀로 바위 치기 등 한국인의 이러한 배짱은 남들은 엄두도 못 냈을 일임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7전 8기의 의지로 해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에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넓은 땅이나 풍부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가진 것이라곤 맨주먹이고 잃을 것도 없었으며, 두둑한 배짱만이 살길이었다. 1등만 위해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불평하면서도 1등 한국을 만드는 원동력은 곳곳에 있으니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이 그중 하나다. 실제로 우리가 최고인 분야는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분야가 대다수다. 정교하고 깔끔함을 요하는 외과수술은 한국 의사들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고 한다. 더욱이나 성형외과 수술은 세계 최고다. 일찍이 한국에서 조선업이 발달한 것도 정밀한 용접 능력에 기인하며 배가 크다고 용접을 대충하는 게 아니다. 충돌한 배가 바다에 떠 있는 상태에서 용접하는 특수 기술은 한국이 독보적이다. 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 종목은 양궁이니 그 종목은 지극히 섬세함을 요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근자에 골프에서 한국 낭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퍼팅'의 섬세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1945년 해방 후 6·25 전쟁을 거치면서 고통과 기아 선상에서 우리를 먹여 살린 산업은 가발을 만드는 일이었다. 어쩌다 가발이 우리의 주된 먹거리가 되었을까?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아니면 질이 좋아서가 아니다. 오직 우리의 섬세한 손재주 때문이었으니- 가발은 단순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일이었다. 1980년대 이후 가발산업의 중심은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으로 넘어갔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인이 관여하고 있었다. 반도체 산업의 1등, 머리카락 5000분의 1 크기의 회로 등,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미국이나 중국이겠으나 ‘세계 최소’라는 것은 한국이 분명하다.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과 정밀함의 근원으로 젓가락 문화를 많이 이야기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말하기를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젓가락질을 할 때 64개 근육과 30개 관절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니- 손재주가 섬세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도 젓가락을 쓰지만 그들은 굵은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가늘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으로 둥글고 아주 작은 콩을 집고, 김치를 찢고, 김을 낱장으로 분리하는 능력의 사람은 오직 한국인과 베트남인 뿐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최고를 원하고, 인정하는 한국인, 그러나 타인의 최고에 대하여는 냉정하다. 타인의 성공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심리는 타인의 우월과 성취, 소유를 의식하면서 느끼는 열등감과 분노로 인한 질투심에서 기인한다. 반대로 상대방의 불행에는 보상감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경쟁을 중요시하는, 요즘의 교육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성향은 더욱 뚜렷하다. 이제는 1등이 되고 싶은 2, 3등도 인정해주어야 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최하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최고에 박수를, 타인의 성공에 축하를 진심으로 보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