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헛것을 보고 짖어대니 온 동네 개들도 사실인 줄 알고 덩달아 짖어댄다(一犬吠虛 萬犬吠實·일견폐허 만견폐실)”라는 재미있는 풍자 용어가 생각난다. 한 마리의 개가 무엇인가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짖어댄다. 잠시 후 그 동네의 대부분의 개들은 덩달아 영문도 모른 채 더 큰 소리로 짖어대는 것이 개들의 습성인 것이다.
얼마 전 총선을 전후하여 우리 주위는 연속적으로 시끄러운 소리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덩달아 지역 언론들은 풍성한 기사거리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또 다른 차원의 무수한 예측으로, 각자의 입맛으로 쏟아내고 있다.
수준이 한층 높아진 유권자의 입들이지만 모든 입들은 어느 것이 진정 사실인지도 모른 채 나의 입 소리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소리의 크기와 속도로 높여만 간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우리 사회에 짐승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행동들이 동일한 법칙으로 적용된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엄연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입을 벌려야 할 때 벌리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짐승과는 다르게 신중하게 생각한 후 입을 벌리자는 이야기이다. 나의 경솔한 입 때문에 시끄럽지 않아도 될 마을 전체가 시끄러워지고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치명적으로 쓰러지게 된다면 그 입은 짐승들의 그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말들은 가치 있고 신중한 말로 바꿀 수 있는 비결은 ‘권력을 움켜쥔 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함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가치 있는 소박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힘써라”라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가치 있는 행동은 ‘존중’일 것이며 존중은 나보다 남을 귀하게 여기는 ‘섬김’에 있을 것이다. 가치 있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가치 있는 우리 사회가 될 것이니-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자. “남의 그릇된 헛소문은 귀(耳)로 듣지 말고, 남의 허물어진 모습은 눈(目)으로 보지 말 것이며, 남의 곪아 썩은 상처를 코(鼻)로 냄새 맡지 말라. 남의 잘못을 험담으로 입(口)에 담지 말고, 남의 나쁜 버릇은 손(手)으로 고치려 하지 말 것이며, 남의 자그마한 실수를 마음(心)으로 즐기지 말라”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존경받고 싶으면 남을 업신여기지 말고, 내가 인정받고 싶으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행복하고 싶다면 남의 불행을 반기지 말 것이며, 내가 잘 되고 싶다면 남의 발전을 도와줄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즐기고 싶다면 남의 고통을 어루만져 줄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니.
작은 꽃잎이 모여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고, 작은 미소가 어우러져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한 방울의 낙수가 합쳐져서 크나큰 강물을 만들어 내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여서 울창한 밀림의 숲을 이루어 낸다. 한줄기 바람이 일어 세찬 폭풍우를 몰고 왔듯이 하나하나가 모여 열이 되고, 열이 합하여 우리가 될 것이니- ‘우리’라는 복수가 어우러져서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공생공존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오르리라는 이야기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이다. 내 눈으로 믿는 것만큼 분명한 ‘진실’이 어디에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심의 대가 ‘데카르트’는 시각적 진실의 허구를 폭로한다. 즉, 어린 시절부터 평생 동안 창문 밖으로 바라보던 먼 동네의 한집, 지붕이 동그란 모습이었는데 실제 그 동네로 가서 자세하게 보니 삼각형 모양이더라는 것이다.
데카르트적 의심의 역설은 가장 믿을만한 우리의 감각인 시각도 의심했지만, 멀리 있는 사물을 망원렌즈를 통하여 눈 앞에 바짝 끌어당기는 더 강력한 시각화 방식을 통하여 완벽한 진리를 발견해 냈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몰라서 못하는 일보다는 알면서도 못하는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쫓기다 보면 알고 보는 지혜가 몸으로는 실행되지 못한다. 여유를 찾는 게 아니라, 여유를 행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