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순 윤약국약사

이과수폭포의 80%가 아르헨티나에 있다. 그런데도 아르헨티나 쪽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제일 큰 폭포를 비롯하여 두 군데에서만 관람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모두 브라질 쪽에서 볼 수 있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람객은 브라질에게 빼앗기기에 아르헨티나가 안됐다고 생각하다 더 불쌍한 파라과이가 떠올랐다. 이과수폭포는 원래 파라과이 땅이었다. 내륙국가인 파라과이는 무역할 만한 항구하나 없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우루과이 장군과 의형제를 맺었던 파라과이 장군이 브라질을 침략했다. 아르헨티나가 브라질 편이 되어 브라질이 유리해 지자 우루과이마저 브라질에 붙어 파라과이가 패하게 되고, 이과수폭포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나누어가졌다.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가는 다리 이름이 우정의 다리다. 파라과이에서 이과수폭포를 빼앗을 땐 언제고 우정의 다리라니 내가 다 헛웃음이 나오는데 파라과이 국민들은 어떨까. 바로 다리 건너편에 쇼핑몰이 있는데 브라질에 비해 물가가 싼 이곳에 브라질 사람들과 브라질에 이과수폭포를 보러온 많은 여행객이 쇼핑을 간단다. 그래서 나도 갔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파라과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어쨌든 브라질 덕분에 파라과이 경제에 도움이 되니 우정의 다리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남미 이민자들도 파라과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으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으로 나간다고 한다. 파라과이엔 반반한 관광지 하나 없는지 우리도 그 쇼핑센터에 점만 찍는 것으로 끝냈다.

오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악마의 목구멍을 구경했다. 30분 간격으로 레일기차가 다니고 기차에서 내려 전망대까지 걸어가는데 대목장날 같은 사람의 물결이다. 악마의 목구멍은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을 압도하고도 남을 거대한 수량과 낙차로 위용을 자랑했다.

악마의 목구멍이란 유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디언들이 이과수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살았는데 어느 곳에만 가면 어부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폭포가 있는 줄은 모르고 그곳에 악마가 있어 잡아먹는다고 생각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부족장의 딸은 18세가 되면 신과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 딸이 부족의 남자와 눈이 맞아 카누를 타고 이과수강을 따라 도망을 갔단다. 신이 노하여 강을 쳐서 폭포를 만들고 폭포 밑에 악마를 두어 그들을 잡아먹게 하였다는 설이다.

어쨌든 악마의 목구멍은 그 이름에 걸 맞는 폭포임에는 틀림없다. 오후에는 브라질 쪽에서 이과수폭포를 보기 위해 브라질로 갔다. 다리 중간에서 한 쪽은 브라질 국기 색깔을 다른 쪽은 아르헨티나 국기 색깔을 칠해 놓았다. 국경표시다. 국경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여권 없이 2Km 반경 안에서는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다고 한다.

브라질의 포즈 두 이과수시는 모든 것이 이과수폭포로 통했다. 호텔, 식당, 교통, 이과수국립공원, 마꾸꼬보트(이과수폭포를 유람하는 배), 경비행기로 폭포 보기 등 여행객이 넘쳐 온 세계의 인종을 다 구경할 수 있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지문채취와 사진을 찍자 브라질도 미국민에 대해 미국과 똑같이 한단다. 브라질은 시설이 미국만 못해 시간이 미국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고 한다. 길게는 아홉 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단다.

강대국 미국에 대해 이런 뱃장을 부릴 만한 국가가 또 있을까. 브라질의 자존감이 부러웠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고 자원이며 기술이 되어 자급자족 할 수 있으니 미국에 맞서겠지만 이과수폭포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이 그 저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도 브라질에게 공항의 장비를 현대화해 시간을 좀 단축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과수폭포는 까마득히 높은 절벽 여기저기에서 각각 다른 굵기의 하얀 물이 바닥으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밑에선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 소용돌이치며 흐른다. 짙푸른 열대밀림이 폭포를 성처럼 싸고 있다. 폭포수가 275개 길이가 3Km 가까이 된다. 누구는 이런 이과수폭포를 보고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콘서트”라고 했고, 미국의 어느 대통령 부인은 “가련한 나의 나이아가라여!” 라고 했다고 한다. 기가 막히게 멋이더라. 정말 크긴 크더라. 나는 무슨 어떤 말로, 사진으로도 담아낼 수 없어 ‘직접 와서 봐라’는 말밖에 못하겠다.

딸이 대학 4학년 때다. 학장님 친구 분이 브라질 대사로 있는 관계로 브라질 교육부장관의 초청을 받아 브라질에 갔었다. 민간대사 자격의 일정을 마치고 이과수폭포를 갔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며 “돈 벌어서 엄마 아빠 이과수폭포 꼭 구경 시켜주고 싶다” 고 했었다.

딸이 결혼해 아이를 다섯이나 낳다 보니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애들 다 키우고 학교 보내려면 앞으로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나이는 먹어가고 딸 마음이 바빴을 텐데 이번 참에 구경하니 딸 마음의 짐을 덜어 준 것 같다.

남미여행의 1번지라는 이과수폭포를 애들이랑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딸도 아마 잠시도 한 눈 팔 수 없는 경이로움 앞에서 엄마 아빠랑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에 그런 결심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귀를 세우고 이과수폭포가 뿜어내는 연주를 들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웅장함이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이과수폭포의 위대함에는 어림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이과수폭포를 보며 보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데 이과수커피를 샀다. 내가 이과수폭포에 반했나 보다.

이과수폭포로 브라질이 엄청난 관관수입을 얻자 아르헨티나가 입장료의 일부를 달라고 하니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에게 이과수폭포에 쭉 둘러 커튼을 치라고 했단다. 대단한 브라질의 콧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