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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화가 불안하다

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여름 더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면서 우리는 너무도 큰 공포 분위기 속에 갇혀있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지난 3일 북한 정권 창건일 9·9절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해 대륙간탄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폭탄실험을 감행함으로 한반도에 최대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불안하게 했고 또 하나는 지난 이야기이지만 먹거리와 생필품 안전 불안으로 우리사회가 불신사회로 전락된 것 같아 삶의 문화가 공포 분위기가 되었었다. 이유는 ‘살충제 달걀’ 파동과 유럽산 ‘햄과 소시지’가 간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해서 판매 금지된 사건이다. 이런 사건에 이어 ‘생리대’ 유해성 문제까지 터지면서 우리사회가 마냥 불안한 사회로 전락되었다. 늦었지만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여 먹거리와 생활용품에 대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날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고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최근 살충제 계란, 그리고 독성 생리대까지 무더운 여름날을 더 무덥게 만들었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우리사회가 불안하였다. 불안사회를 조성한 요인은 일부 기업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화학약품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나라전체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우리 앞에 전개 되었는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가 원만하게 유지되는데 꼭 필요한 것은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안정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먹거리와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에서부터 국가, 경제, 정치 그리고 안보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믿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국민은 국가를 서로 믿고 살아야하는 운명이 오늘의 우리사회다. 그래서 서로 믿고 의존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문화는 어느 것하고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삶의 문화다.

신뢰문화가 성숙되면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망가지는 사태는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믿었다가 배신을 당했을 때 그 고통은 너무 크기 때문에 마치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것처럼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신뢰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신뢰를 잘 유지하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명한 ‘진통제 타이레놀’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12살짜리 아이가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날 오전에 타이레놀을 먹은 우체부가 사망한다. 그 충격을 받고 애도를 하러 온 그의 형 부부 형제도 너무도 슬픔에 젖어 있다가 머리가 아파 타이레놀을 먹고 난 후 죽게 된다. 이들을 죽음에 연결시킨 요인은 딱하나 타이레놀이었다.

갑자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타이레놀 공포가 미국사회를 덮치게 됐다. 따라서 당시 잘나가던 타이레놀 제조업체 ‘존슨앤드존슨’은 비상대책을 편다. 일단 그 지역 매장에 배치된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해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충격 받은 시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기에 일단 전국의 모든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하고 정부에 신속한 도움을 요청해 대처방안을 만들었다. 사망 원인은 제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사건은 2주 만에 종결된다.

회사의 명예나 운영 상황에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회수하고 복용하지 말라는 공지까지 내보내는 책임의식으로 미국사회를 누빈다. 이 과정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적극적이었다. 결국 이 회사는 사건 이후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더욱더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 유지다. 일시적인 손해를 의식하다보면 미래가 없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인한 두려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이며 국가안보가 보이지 않는 공포분위기 속에 잠겨있다. 한마디로 공포의 도가니에 감싸인 한반도가 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인 북한을 머리위에 이고 살아야하는 운명이 된 것이다. 어찌 해야 할 것인지? 마냥 공포분위기 속에 잠겨있어야만 할 것인지? 공포분위기나 불신풍조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국민은 국가를 믿고 국가는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여 희망이 보이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