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주임금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가 두려워 하였다.

“상아 젓가락은 분명 질그릇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물소 뿔이나 옥그릇에 얹어야 할 것이다. 상아 젓가락과 옥그릇에 콩잎으로 끓인 국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며, 반드시 야크, 코끼리, 표범의 태아 요리를 먹을 때 짧은 삼베옷을 입고 초가집에 앉아서 먹을 수는 없을 것이며, 반드시 비단옷을 아홉 겹으로 입고 고대광실 화려한 궁궐에 앉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사태 전개의 결말이 겁나기 때문에 그 시작을 보고 두려워한 것이다.”

다섯 해가 지나자 주임금은 고기를 늘어놓은 농원을 만들었고, 고기를 굽기 위한 청동 기둥을 설치했으며, 술지게미로 만든 언덕에 올랐고, 술로 연못을 만들었다. 주임금은 결국 망했다. 기자는 상아 젓가락 하나를 보고 하늘 아래 재앙이 닥칠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노자』에서 말하기를 “사물의 작은 싹을 보고 아는 것을 ‘밝다’고 한다”라고 했다.

한비자는 이야기 수집광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까지 전해 내려오던 수많은 구전 담론과 일화를 수집하고, 주제별로 분류하여 자신의 정치 학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했다. 군주 앞에서 자기주장을 펴는 유세를 할 때 옛날부터 전해오는 사례들이 논증의 근거로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요즘 길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운전하는 외제차를 보며 생각한다. 저들은 어디에서 식사를 하고 어디에서 잠을 자는가 미래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