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전 익산경찰서장

김성중

지난 15일 JTV전주방송에서 익산시장 선거 출마예상자들과 불법 선거 현수막 안 걸기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불법 선거 현수막의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 때 발암물질을 유발하고 매립을 해도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는 공식 현수막 외에 선거 현수막을 걸지 않을 것과 자치단체가 선거 현수막을 곧바로 철거해도 항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9월에 “추석명절에 불법현수막을 걸지말자”고 공개 제안하고 단 한장의 불법현수막도 걸지 않았던 저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정치인의 불법현수막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합니다. 익산시의 주요 거리에 무질서하게 걸린 불법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며 강풍으로 인해 훼손되는 경우에는 인명 피해를 줄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르면 선거철에는 정치 관련 현수막이 허용되지만 선거철 이외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행자부의 답변에 따르면 광고물법 8조 4호에 따라 정당의 홍보, 정책설명 등의 현수막이 허용되는 것은 맞지만, 집회, 행사에 한하여 게시장소, 게시방법, 규격, 표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 외는 불법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익산 시내 지정게시판 이외에 걸려있는 모든 현수막은 불법입니다.

최근 서울 금천구에서는 한 시민이 구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사건가 발생하였습니다. 국회의원의 엄연한 불법 현수막을 방치하고 있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2017년 추석 무렵 인천광역시 남동구에서는 정치인들이 내건 불법 현수막에 대해 5.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추석으로 익산시는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불법 현수막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습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의 추석 인사가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도배하다시피 한 가운데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각종 민원이 발생하였습니다. 한 시민은 “무슨 돈들이 그리 많아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솔선수범해야 할 정치인들이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경쟁하듯 저러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현실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아파트 분양광고나 일반 개인·단체의 경우 한두 차례 계도 후 개선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정치인들의 내건 현수막의 경우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부과 없이 계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익산지역 불법 현수막에 부과한 과태료가 올해에만 5억1740만원에 달합니다. 이는 정치인을 제외하고 일반 개인·단체에만 부과된 것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불법 현수막 정치 행태를 뿌리 뽑는 것은 물론 세외수입을 늘려 가용재원을 확충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인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합니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수거·폐기에 드는 행정력이 만만치 않은데도 몇 달 뒤 지역 일꾼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를 모른 체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나부끼는 현수막에 풀뿌리 지방자치의 그늘과 그림자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지도 낮은 출마예정자들은 어떻게든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정치 활동에 제약이 따르면서 조급함은 갈수록 커졌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알아주는 건 아닙니다. 홍보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SNS와 유튜브 시대, 메타버스로 소통하는 시대에 전통 방식에 목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장례업체를 가장한 차량광고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신 맞지 마세요”(Don’t get vaccinated)라는 문구입니다. 백신 부작용 경고처럼 보였지만, 반대로 백신 접종 독려 캠페인이었습니다. “죽기 싫으면 백신을 맞으라”는 역설입니다. 혹시, 전국 낙선인 모임이 있다면 회원 모집 차원에서 광고를 낼 듯 합니다. “불법현수막을 제발 걸어 주세요.”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들이 보다 엄격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확신합니다.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려는 모든 분들의 경각심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