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상의 온갖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고 행동하며 번식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생물학’이라고 한다면 ‘인문학’이라 함은 그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하며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우주의 온갖 만물 가운데 가장 귀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그 까닭은 한마디로 오직 사람에게는 윤리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윤리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법칙이요. 원리로써 만약 이런 행위의 규범을 어기거나 벗어나면 이미 그 사람은 사람일 수가 없고, 새나 짐승과 같은 대접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마음 아프고 슬픈 사연들이 이어져가는 오늘 거짓과 음모, 뇌물과 사리사욕, 국정농단, 구치소, 수갑을 차고도 네탓만 하는 비겁한 어른들이 늘어만 가는 올해!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천년고도 내 고향 익산에는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약자를 위하여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어른, 진짜 어른이 어디에 몇 분이나 계실까?

어른이란 의미는 기존의 책임이나 권한을 넘어서 존경까지 담기게 된 것은 현대에 이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왕정이나 양반체제 절대권력의 지역사회에서 어른은 존경의 존재라기보다는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신분을 넘어 개인을 평가하게 됐고, 보다 확대된 가치로 어른을 바라보게 된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낸 지도자나 국가적 영웅 존경받는 사상가와 뛰어난 업적을 이룬 교육자나 과학자 등 그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몸소 실천해낸 사람들이 부각되고 그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사회의 존경받는 어른이라는 가치가 형성되었다고 보여진다.

존경받아 마땅한 어른이나 솔선수범하는 어른에 대한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런 위기상황을 책임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어른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도움을 실천하는 어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까지는 실로 오랜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툭하면 나이를 앞세우는 권위의식에 젖은 어른이나 책임을 두려워하는 미성숙한 어른 확실하게 알지도 별것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하여 고소·고발하는 어른 모두 어른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이들이다.

특히 나보다 우리가 강조되는 지역사회에서 그 구심점 역할을 하던 어른이 없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정 어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과 원칙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어른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어른의 도리와 책임을 외면하는 사람이 많은 지역사회는 발전과 희망을 기대하게 어렵다.

어른으로서 자유와 권리는 누리면서 역할과 의무는 외면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내 맘대로 살면서 더불어 사는법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어른이 늘어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고소·고발 등 법정에서만 해결하려는 불안한 사회요소가 팽배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세상을 탓하지만 어른답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파악치 못하고, 자신은 성숙한 어른이 아니면서 타인의 미성숙한 행동을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사회란 물질적 풍요를 넘어선 문화예술의 사회, 책임과 자율, 그리고 맑은 시민의식을 가진 어른스러운 사회를 말한다. 또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두터운 삶의 성찰과 신뢰에 기초한 사회이기도 하다.

어른 중에 어른을 원로(元老)라 부르기도 한다. 원로는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하여 세간의 갈등과 문제점을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처리하고 조정하는 지혜의 소유자를 말한다. 일반시민들은 그의 말과 결정에 신뢰와 무엇인가 형용키 어려운 평안과 안정감, 무한신뢰의 권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우리 익산에도 이제 어른의 어른 원로가 나타나 주시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