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성중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통, 몇 장의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간디의 말이 폐부를 찌릅니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인간의 지나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하여 고대 중국에 계영배라는 술잔이 있었습니다.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인 계영배.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화순 출신 하백원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비슷한 시기에 강원도 홍천의 도공 우명옥이 만들었다고도 전합니다. 이 잔은 후에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에게 전해졌는데 그는 계영배를 곁에 두고 늘 자신의 과욕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계영배에 깃든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간소하다는 말은 ‘간략하고 소박하다’는 뜻입니다. 꾸밈이 없고 수수하며 간단하다는 말입니다. 오늘날 물질문명으로 풍부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절실한 단어입니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삶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천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 또한 그렇게 여겨도 되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현대문명은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21세기 지금의 인류는 어떻습니까. 영혼없는 과학기술문명의 부메랑으로 인류는 파국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학살 테러 공포,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와 바이러스의 역습, 현대문명은 폭력이며 억압과 저주의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끝없는 욕망으로 인하여 인간으로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영원한 행복의 기초는 마음의 간소함에 있습니다. 간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안으로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도 언제가는 허망하게 낙엽처럼 나뒹굴 그런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로 기본적인 관계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처지가 비슷한 상대와 정서와 취향 등을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합니다. 이러한 인간관계에서도 인위적 꾸밈이나 과시가 없는 소박함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실한 관계와 우정의 기반이 됩니다.
스마트폰에 수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일은 허망해집니다. 간소하게 사는 것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삶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간소하게 사는 것은 소유보다 존재를 우선하는 것, 더 많이 원하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 양보다 질을 선호하고 인내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나이가 들면서 내려놓아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나이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이 아니라 성장이며, 곧 죽게 될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장점이 생기고 분명한 역할이 생깁니다. 단 이것을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간소함이 필요합니다.
허세, 과욕, 집착 등 비대해진 욕망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분수에 맞는 삶, 절제와 침묵,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서지 않는 자립정신 등이 나이가 들수록 지켜야 할 삶의 지혜입니다. 우리의 일도 가능한 줄여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간소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행복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은 선택과 절제의 연속입니다.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이 가득 들어찬 끝없는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진심으로 행복한 웃음으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간소함은 내면의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