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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 이어가기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영규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자신의 삶에 기본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문득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을 감출 길 없다. 출세와 금욕, 명예를 향하여 무작정 달리던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각자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오늘의 상황에, 다행과 함께 고마움을 느낀다.

사람들은 대부분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 뿐, 죽음에 대하여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즉 삶과 죽음을 정반대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사실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서 서서히 접근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살면 살수록 죽음이 가까워오니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이지 싶다. 출생이 없으면 죽음도 없을 것이니 삶은 곧 죽음의 시작이라고 보야아 할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에는 젊음과 늙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늙음은 죽음보다도 더욱 어둡고 심각한 문제로서 우리 앞에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다가온다. 죽음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며, 죽은 뒤의 일은 의식하지 못하므로 사실 그것은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다시 삶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세상이 추구하는 허무한 삶이 아닌 진정 위대한 인생을 고민해보자.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돈, 명예, 학벌, 재능, 건강의 풍요로움을 향하여 무작정 달려나가는 것이 진정 위대한 삶일까? 아니면 극한의 고통 가운데에 서 있다 하더라도 창조주 앞에 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위대한 삶일까?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부귀영화의 삶과 고통의 삶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있으니 그 하나는 이스라엘의 역사 중 가장 부강하였던 나라를 다스렸던 “솔로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재산이 불타 없어지고 자녀들은 죽음에 이르렀으며, 아내는 도망가 버린 비참함의 끝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욥”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이 두 인생 중 하나를 택하여 보라면 주저 없이 솔로몬의 삶을 택하지 욥의 인생을 택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에서 진미의 음식을 즐기며 많은 부인들을 거느리고 호화롭게 사는 삶과 길거리에 나 앉아 피부병에 걸리고 기왓장 조각으로 온몸을 긁어대며 굶주리는 삶에서 과연 후자의 삶을 택할 사람이 있을리 없다.

세월이 흘러 이 두 사람이 인생의 끝자락에서 남긴 고백이 이채롭고 흥미롭다. 솔로몬은 부귀와 영화를 마음껏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말미에서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라는 고백을 남기게 되고 극한 상황에서 고통의 삶을 이어온 욥은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42:5)라고 고백한다.

부귀 영화를 누리는 솔로몬의 삶이 위대하고 행복해 보였으나 결국 자신은 인생이 헛되다고 고백하는 비참한 삶이었고, 반대로 극한 상황에 처한 비참한 욥의 삶은 결국 자기 자신이 이 고난을 통하여 창조주인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위대한 삶이었던 것이다. 결국 삶의 말미의 모습에서도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데 솔로몬은 그의 사후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비참함으로 끝을 맺게 되며 욥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갑절의 축복을 누리는 위대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들이 완벽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도 전체의 생존을 위하여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준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항상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더 앞서 노력하고 우리가 해야 할 힘든 일을 대신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최소한 감사의 인사를 따로 하지는 못할지언정 사사건건 반대하며 자의건 타의건 흠집을 내는 행동은 이제는 구시대의 답습이니 과감히 청산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젊은 시절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겪어온 사람들이며, 그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투쟁으로 일관하던 삶이 현재의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우리가 속한 지역 전체의 유익도 중요하고 소속된 개인의 권익도 중요하다. 단 투쟁을 위한 투쟁이 되거나 명분이 약하거나 자기 성찰 없는 지속적인 반대 의견을 양산해 낸다는 것은 전체의 유익을 위한 행위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전체의 유익을 위하여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상처가 되는 말이나 비난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풀어놓게 된다면 그 누가 공동체 전체를 위한 손과 발이 되겠는가? 사람이 자신이 맡은 위치와 역할에 따라 보는 각도도 거리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이며, 긍정적 접근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모습이 정상적 시민으로서의 해야 할 당연한 생각이며 행동일 것이다. 투쟁도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혁명적 생각으로 가득 찬 구태를 벗어버리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나의 것으로 채워주며, 나의 부족함을 여러분의 풍성함으로 채움 받는 진정한 익산의 문화예술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