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왕이 포학무도하자 도시에 사는 상공업자들이 그의 잘못을 비난했다. 이에 귀족 출신의 대신인 소목공이 그에게 말했다.

“백성들은 더이상 군왕의 포학한 정령을 견딜 수 없습니다.”

주여왕이 이 얘기를 듣고 대노했다. 이에 위나라의 신무神巫를 불러 자신의 과실을 지적할 사람을 감시케 했다. 위나라 무당이 와서 보고하자 주여왕이 곧 고발당한 사람을 죽여버렸다. 백성들이 감히 다시는 왕의 잘못을 논의하지 못하고 길에서 만나도 피차 눈짓으로 뜻을 전할 뿐이었다. 이에 주여왕이 매우 기뻐하면서 소목고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능히 미방했으니 그들이 다시는 감히 입을 열어 비방치는 못할 것이오.”

그러자 소목공이 간하였다.

“이는 백성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백성들의 입을 막으면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둑을 쌓아 강물을 막았다가 일단 둑이 터져 강물이 넘쳐나면 다치는 사람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이에 물을 다스리는 사람은 응당 물길을 소통시켜 물길에 걸림이 없도록 해야하는 것입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도 응당 그들을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말하지 못하는 것이 없게 하고, 다하지 못한 것이 없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같이 해야 정사의 시행이 처음부터 비로소 정리情理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입이 있는 것은 마치 대지에 고산대하高山大河가 있는 것과 같아 사람들의 재부의 쓰임이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또 이는 고저와 기복이 있는 대지 위에 평원과 옥야가 있는 것과 같아 사람의 먹고 입는 자원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말을 하도록 해야만 나라 정사의 좋고 나쁜 점을 밝혀 비로소 좋은 정치를 추진하고 패망을 방비하여 백성들의 의식재용을 대대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입 밖으로 자연스레 누출되는 것이니 어찌 이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설령 백성들의 입을 막아 말을 하지 못하게 할지라도 이것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주여왕은 소공의 충간을 듣지 않았다. 이에 백성들이 다시는 감히 말하지 않게 되었다. 이후 3년이 지나자 사람들이 주여왕을 체 땅으로 좇아냈다.

이 이야기는 좌구명이 쓴 중국 역사서 국어國語에 기록된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란 사자성어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나 현재의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사전적 의미는 ‘뭇사람의 말을 이루 다 막기가 어렵다’라고 되어 있지만, 본래의 의미는 ‘뭇사람의 말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