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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개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대체로 25세를 정점으로 해서 점점 늙어간다고 진단한다. 생물학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노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늙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노력한다 해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삶을 대하는 개인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에 따라 노화가 빨리 오기도 느리게 오는 차이는 있을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던 중국의 진시왕도 늙음을 싫어하여 불로초를 구하고자 혈안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기를 싫어하고 죽음보다도 늙음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음을 느낀다.

며칠 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광명성 4호로 명명한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자랑하면서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 멀리 미국까지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이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하려면 단 한 번의 추진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단, 2단, 3단 분리식으로 연료를 효과적으로 연소시키면서 그것을 정확하게 분리해야만 우주의 본궤도에 들어서듯이, 우리의 인생도 굳이 분리한다면 크게 인생 3막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제1막은 태어나서 초·중·고·대학을 거쳐 결혼하기까지라고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니, 많은 사람들은 자식을 결혼할 때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한 자녀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기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룰 때까지라고 말한다.

인생의 제2막은 결혼 이후 직장이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정년을 맞이하여 은퇴할 시기까지를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나름 가장의 역할과, 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서 진정 자기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가장 왕성한 시기가 아닌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인생의 제3막은 직장이나 사업에서 은퇴한 후부터 인생을 마감하는 죽음에 이르는 때까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니, 그동안 삶을 이어 온 치열한 생의 과정들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더불어 예전에는 인생 3막의 주기가 20-25년씩 이였지만 오늘날은 그 주기가 25-30년으로 늘어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인생을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방법으로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닌, 그 어떤 기쁘고 슬픈 시간들이 많이도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제대로 삶을 살다가 바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시간을 지나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나 싶다.

인생의 제1, 2막은 희망과 현실 속에서 정신없이 지나 버린다. 인생의 제3막에 들어서 겨우 지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반성, 죽음의 예행연습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살 날들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했을 때의 심리를 상상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머지않은 장래에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내다보는 것은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니다. 즐거운 일이 아닌 까닭에 자연히 외면하는 것인데,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은 까닭에, 조만간 죽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까닭에, 우리는 지극히 어리석은 나날을 살아간다.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는 대부분 지나친 욕심에서 오는 것이니, 지나친 욕심은 주로 우리들의 삶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함으로 오는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에 대한 망각으로 그나마 하루하루를 즐겁고 활기 있게 사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니 아이러니하다. 그 반대로 망각이나 무지로 인하여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을 행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니 죽음을 항상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만 무지(無知)에서 오는 욕심 때문에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일생 행적을 집약하여 묘비명을 구성하는데 우리나라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헤밍웨이 묘비명에는 “일어나지 못해 미안합니다.”, 미국의 사업가 카네기는 “여기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주위에 모으는 기술을 알고 있었던 한 인간이 잠들다”라는 묘비명과 94세까지 장수했던 영국의 문호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였고 우리나라의 걸레스님으로 그림을 그렸던 중광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라고 묘비명을 적고 있다. 인생 3막을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