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라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은 한울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한울님 마음인데, 어찌하여 사람의 행함에 선과 악의 구별이 있습니까?”

내 대답하기를 “한울님은 귀한 사람이 되고 천한 사람이 되는 준표·準標만을 정해줄 뿐이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락의 이치만을 정해줄 뿐이다. 그러나 군자의 덕은 기운이 바르고 한울님 마음을 변함없이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그러므로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이 합일된다. 소인의 덕은 기운이 바르지 않고 마음이 이리저리 바뀌는 까닭으로 천지와 더불어 그 명이 어긋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이와 같은 군자의 덕을 쌓느냐 그렇지 않으면 소인의 삶을 사느냐에 따라 이 세상이 성운을 맞이하느냐 쇠운을 맞이하느냐가 결정된다. 이러함이 성운과 쇠운이 갈아드는 그 이치인 것이다.”

윗 글은 동학東學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가 제자들을 위해 직접 지은 『동경대전·東經大全』의 「논학문」에 담긴 글 중 일부이다.

논학문이란 동학의 가르침이 무엇이며, 서학과 동학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밝히는 글이다. 동학은 도道로서 말하면 하늘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천도天道요. 학으로서 말한다면 동쪽 즉 조선 땅에서 받았기 때문에 동학이라고 하며, 하늘 길을 밝히는 우리나라의 학문이다.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란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恕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와 나의 마음이 같다. 즉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상대방도 하기 싫은 것이고, 내가 좋은 일은 상대도 좋을 것이다. 수운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이 한울님의 마음이라 하셨다. 하지만 우리 소인들의 생각이 어찌 거기까지 미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