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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는 사람

김 영 주 이리자선원 원장

이리자선원에 근무를 시작하면서 아침운동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원광대학교 동문 쪽으로 들어가서 원광대학교 운동장, 원불교중앙총부를 거쳐 원광효도마을 뒷길로 걸었다. 그러나 차량통행이 빈번하고 지인들을 만나는 경향이 늘어서 좀 한적한 길을 모색하다가 황등 들녘을 돌아오는 코스(약 80분)로 변경했다. 며칠을 그렇게 아침운동을 하다가 더 생각된 것이 혼자만 걸을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걷는다면 즐거움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왔다. 그래서 시설에서 기르던 강아지(이름 행복이)를 데리고 다녔더니 생각과 같이 즐거움이 두 배가 되었고, 행복이도 묶여 있다가 산책할 때 풀어주니 신바람이 나서 온 대지가 제 집 인양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러니 나도 즐겁고 행복이도 즐거운 자리이타(自利利他)의 산책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36년 간 일본의 식민지 아래서 3.1운동을 비롯해서 수많은 독립운동과 핍박 속에서 1945. 8. 15. 해방이 되니 민족의 기쁨은 어떠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해방이라는 것은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즐거움의 욕구가 있다. 무엇이나 재미가 없으면 싫어한다. 그러므로 그 재미 즉,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동물이라고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들도 그런 것 같다.

우리 사람은 영혼과 물질로 구성된 동물체이다. 그래서 즐거움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외적인 즐거움이고 둘은 내적인 즐거움이다. 외적인 즐거움은 의식주, 신체, 언론, 권력, 체계, 법 등 그 어떤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하고 내적 즐거움은 마음의 자유이다. 설사 외적인 것들로부터 구속이 있더라도 그 구속을 구속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초월하는 심정을 가질 수 있다면 속박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만일 밖으로부터 속박이 없어 외적 즐거움을 가졌다할지라도 마음에 번민, 망상이 많고 욕망, 욕심으로 갈등이 심하여 마음의 괴로움을 갖는다면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적 즐거움이 더 근본적이요, 기본이다.

즐거움은 해방이다. 즐거움은 자유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참 즐거움이다. 그러나 현재의 내 마음을 살펴보면 여러 겹의 동아줄로 얼기설기 묶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아줄은 헛된 야망과 집착이며, 잘못 들여진 습관과 관행이다.

그렇다면 나의 삶을 고통의 바다에 그대로 묶어 둘 것인가. 즐겁고 재미난 삶을 개척할 것인가. 답은 뻔하다. 즐거운 삶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바라면서도 노력은 하지 않으려 한다. 구하고자 하는 것은 많으나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죄짓는 일에는 관심이 많다. 이런 삶을 중생의 삶이라고 한다. 그러니 중생은 늘 팔자에 의지하고 하늘에 의지한다. 믿기만 하면 즐거움이 뚝 떨어지는 줄 착각 속에서 해매이고 있는 것이다. 즐거움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속박을 벗어나고자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업력을 소멸시켜야 하는 것이다.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얻어가는 일을 등한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성을 들이는 것을 마음공부 또는 선(禪)이라 한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던가? 우리는 속박의 동아줄을 일도양단(一刀兩斷)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들뜨는 욕구를 가라앉히는 노력과 오염된 마음을 닦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내 몸이 근본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이 내가 있은 뒤에 따라 있는 것이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모든 게 즐겁지 않다. 저녁 늦게 까지 지인들과 술자리하다 보면 아침에 뱃속이 쓰리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머리가 띵할 때가 있다. 다음날 산에 가도 바다에 가도 그 어떤 좋은 곳에 가도 속이 편치 못하여 즐거움은 없다.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와 같이 내가 즐거워야 모든 것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내 삶이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이면 가족도, 이웃도 사회, 국가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를 가리켜 석가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했고 예수는 ‘독생자(獨生子)’라 했다. 원불교 5세 宗法師이신 경산은 금년도 신년사에서 ‘우주의 중심’인 나를 찾아 대 환희의 세상을 만들자 하였다.

이제는 우리 인류사회가 성숙되었다. 부당한 제도를 개선하여 나갈 때이다. 외적인 체계를 대화와 회해와 순리를 통하여 지혜롭게 조정하여 외적 자유를 찾아야 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하여 마음의 영토를 편안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