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공동체 안에 있을 때 가장 풍요로워지고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속한 사회는 각자 더 큰 이익을 추구하며 욕심을 보장받으려는 이기적 공동체의 집합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리와 사회적 갈등과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우리들은 공동체를 바르게 세워가는 수고들이 헛되지 않을지, 과연 가능한 것인지 염려까지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도덕적 개인들이 모여 이룬 집단 또한 반드시 도덕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이 시대의 상식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권력자나 국회의원, 경제인이나 큰 집단들의 구성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도덕적이고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인격적이고 착할 것만 같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조직을 만들고 공동체를 만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교인들을 봐도 그렇다. 중세 종교개혁을 불러온 가톨릭의 타락이나 불교의 잘못된 행태들, 개신교의 세습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과연 그들이 소속된 공동체에 대해 일반인이 평소 보내는 존경심이 옳은 것인가 하는 회의까지 생긴다고 한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1932)』는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인 사람들도 사회내의 어느 공동체에 속하면 집단적 이기주의자로 변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타인의 이익을 배려할 수 있지만, 사회는 종종 집단적 이기심이나 민족적-계급적-인종적 욕심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 라인홀드 니버는, 1차 세계대전에서 보인 희생과 용기, 애국심과 인류애의 뒷면에 숨어 있는, 강대국 사이의 잇속 다툼과 잔인함을 통찰하며, 비뚤어진 세상을 도덕 윤리만으로는 바로잡을 수 없음을 주장한 것이다.

과거 춘추 전국시대의 공자는 사회혼란의 원인이 개인들의 타락에 있다고 생각하고 인(仁)을 통하여 개인의 도덕성을 회복한다면 사회의 혼란 또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렇듯 과거에는 개인이 선해지면 사회 또한 선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니버는 오히려 도덕적인 개인이 집단화 되었을 때 비도덕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과 집단의 도덕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인의 도덕에는 사랑이라는 규범을 적용하고, 집단 간의 도덕에는 정의의 규범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니버가 말한 정의는 힘의 균형을 의미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 간의 갈등을 사랑이나 조정과 설득으로 해결하는 일은, 비록 쉽지 않을지라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는 힘의 비율에 따라 결과가 수립되기에 갈등은 불가피하고 정치적 일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성 회복과 정치 지도자 1인의 양심을 갖고서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적 갈등의 처방에 있어서 처벌과 타협 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그동안 우리는 부도덕한 개인의 문제를 지탄하는 경우가 많았다. TV나 신문에서도 개인의 부도덕한 양심을 비판하는 보도가 난무하고, 사회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탄하는 이들을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단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엔 사회의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니버의 시각처럼 개인을 깊게 옹호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문제들의 원인에는 다른 법적인 미비점, 제도적 사회적 원인도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좋은 사회를 세워가는 실천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욱 필요한 때가 되었다. 일사 분란함은 조금 떨어질망정 다양함을 잘 섞어 최고의 맛을 내는 우리의 비빔밥 정신의 실천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밤을 지새우는 정부, ‘필리버스터(Filibuster)’로 밤을 밝히는 국회, 그리고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개인과 공동체 각각의 노력들이 합력하여, 희망으로 밝아지는 더 나은 날이 열리기를 오늘도 기대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