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문제 때 문제의 전용 선박을 몰던 등통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문제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위세를 떨고 다녔고 심지어는 등통전이란 동전을 주조하고 이것을 유통시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 시기에는 동광이나 철광을 가지고 있으면 오수전 같은 동전을 개인이 화폐로 주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등통이 문제의 아들인 경제와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생긴다. 문제의 몸에 종기가 나자 등통이 직접 입으로 빨아 낫게 할 정도로 황제에게 지극 정성, 아니 아부를 했다. 이러던 차에 경제가 아버지 문제에게 문안을 드리러 갔는데 마침 등통이 문제의 종기를 빨고 있었다. 문제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등통도 종기를 빠는데 아들도 한 번 해보라고 하였다. 경제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종기를 빨았지만 등통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아버지 문제가 죽고, 경제가 황제로 즉위하자 등통은 바로 도망쳤으며 경제는 그의 재산을 몰수했다. 등통은 친인척을 찾아다니며 빌어먹는 ‘不名一錢(불명일전)’ 땡전 한 닢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과 인과관계를 맺을 때 나와 너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제3자의 눈이 무섭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등통은 문제에게만 일편단심 충성을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제3자인 경제의 눈에 거슬리게 되고 종국에는 모든 재산을 압수당하고 ‘땡전 한 닢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이 글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不名一錢(불명일전)의 유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