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좋은 소식은 없어?’

오랜만에 만난 이들에게 언제나 듣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이들이 원하는 좋은 소식은 물론 자녀에 관한 이야기다.

‘네. 안타깝게도 없어요.’ 대답하면 나보다 상대의 표정이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우리 부부는 결혼 6년 차.

남편은 182cm의 키에 체육학을 전공한 건실한 청년이고 나 또한 그에 걸맞게 큰 키를 자랑하며 건강미를 맘껏 발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우리 부부가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언제나 우리를 걱정하며 자녀계획에 관심을 보인다. 사람이 태어나 꼭 아이를 낳아야 사람 구실하고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겪어보지 않은 행복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제는 답변하기도 지쳐 그냥 웃고 만다.

사실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보거나 갖기 위해 노력을 해본 적이 딱히 없는 듯하다. 함께 즐겁게 살다 보니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되돌아보니 이 시간의 흐름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쓱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가 결혼할 때 시장님이 결혼식에 참석하며 30만이 무너져가는 익산의 인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3명은 책임진다며 한참을 웃고는 했다. 그런데 아직 1명의 책임도 못하고 있다. 어른들 말씀대로 큰일이다.

사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임신, 출산, 육아를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나는 다행히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아이를 돌봐줄 가족들이 인근에 함께 거주하여 육아의 부담은 일반 일하는 여성들에 비해 덜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진다는 걸 생각하면 선뜻 임신을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선택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임신이 희생과 양보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여건이 갖춰지는 게 좋을까?

우선 여성의 삶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육아와 여성은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사회적 구조와 인간의 본성에 따라 아이와의 애착관계가 여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김과 동시에 여성은 엄마로 전환되며 모든 걸 아이의 기준에 맞춰 삶이 바뀐다. 대부분의 육아를 하고 있는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 1시간이라도 좋으니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들 말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 그런 생각을 갖는 것조차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어 자꾸만 우울감이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우울감이 지속되다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안에 있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은 근로시간을 조율해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예로 10시에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공동육아를 위한 일정의 공간과 도우미를 채용하여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그러나 근로시간 조정 외에는 기업의 재원이 수반되기 때문에 선뜻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소규모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위한 공동 육아센터 또는 시설들이 정책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들은 이러한 여성의 두렵고 어려운 심리를 염두해 두지 않고 단순히 표면적인 대안만을 만들고 있다. 사실은 엄마가 되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정책이 아닌 안심과 위로가 먼저다.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죄책감이 아닌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것이다. 차가운 정책 이전에 국가나 지자체가 포근한 엄마가 되어 예비 엄마들을 품어주고 이러한 여성들의 두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적 공감과 격려가 우선시 된다면 좋은 소식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다.

짧았지만 특별한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독일연수를 갔을 때이다. 오후 4시 무렵 놀이터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가득 있는 모습을 보았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엄마 또는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서 햇살을 받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모습은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이었다. 그 평범함 안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리 사회도 그런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여건들을 조금씩 개선해 간다면 임신은 두려운 일이 아닌 큰 축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