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 숨어 사는 사람이다. 은자는 흔히 산간에만 숨어 사는 줄 알지만 조정 한가운데, 궁궐 한가운데 숨어 사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출세를 하기 위해 자신의 학문을 팔던 시대와 그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있다. 시대가 다른데 내가 그 재주를 가지고 출세해서 무엇 하겠는가. 나는 조정 한가운데 궁궐 한가운데 숨어 사는 사람이다.」

윗글은 동방삭이 괴짜처럼 사는 이유를 신하들이 묻자 대답한 말이다.

동방삭은 인텔리였다. 한나라 무제는 동방삭이 올린 글을 두 달 동안 읽고 발탁했다. 무제는 우울하거나 울적할 때면 그를 불러 옛날이야기 유머로 기분을 풀었다.

당시에는 황제가 특별 하사품으로 돈과 비단뿐 아니라 고기도 하사했었다. 동방삭도 종종 비단과 고기를 받았는데 고기를 받으면 저잣거리로 나와 주막에서 술안주로 다 풀어버렸고 또 비단 같은 것은 술집 아가씨들에게 죄다 나누어 주었다.

한번은 더운 날에 신하들이 고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배급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방삭이 참지 못하고 칼을 들어 한 덩어리 고리를 베어 어깨에 짊어지고 조정을 나가버렸다. 이 일이 황제에게 보고되었고 이튿날 무제가 이유를 묻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죄를 시인했다. 밉지 않았기에 용서해주었다.

이에 동방삭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말했다.

「동방삭 이놈아! 네 놈이 황제의 허락도 없이 고기를 함부로 베어갔으니 죽어 마땅할 죄다. 그런데도 황제께서 용서해주셨으니 얼마나 기쁘냐. 그런데 네가 뒷다리를 단칼에 베어가지고 갔으니 이 얼마나 용감한 행동이더냐. 고기를 혼자 먹지 않고 아내를 비롯하여 식구들하고 나눠 먹었으니 이건 또 얼마나 착한 행동이냐」

우리가 아는 동방삭은 ‘삼천갑자동방삭’으로 장수의 대명사이다. 그것은 중국 도교에서 동방삭을 신선으로 미화한 데에서 생긴 오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머가 없다면 세상이 삭막해져 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