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인 알렉산더 푸쉬킨에게 최후의 순간은 너무 이른 37세 젊은 나이에 찾아왔다. 그는 자유를 추구하는 귀족이며 공적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왕궁의 비서관이었으며 지방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나탈리아와 결혼했다. 그녀는 어떤 연회에서도 눈에 띄는 미녀였기에 황제조차도 추파의 눈길을 보낼 정도였다.

끝내 화를 이기지 못한 푸쉬킨은 그녀의 애인 한 사람에게 사기꾼 비천한 놈이라고 편지를 보냈다. 이에 23세의 프랑스 남작샤를 탕트는 푸쉬킨에게 권총 결투를 신청했다. 그리고 당트는 결투의 규칙을 무시하고 갑자기 허리에서 권총을 뽑아 발사했다. 총탄은 푸쉬킨의 배를 맞췄고 눈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대로 쓰러지며 외쳤다. “기다려, 아직 총을 쏠 힘 정도는 남아있어.” 재결투가 벌어지고 당트도 이번에는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20보를 걸어 거리를 확실하게 했고, 상대를 향해 비스듬히 서서 오른쪽 손을 가슴에 갖다 대고 두 사람은 동시에 총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당트가 사망하고 푸쉬킨은 손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푸쉬킨도 브라보를 외치고 하늘 높이 총을 던지고 곧 의식을 잃었고 침대에 옮겨져 최후를 맞았다. 나탈리아가 슬픔에 잠기자 “내 죽음 때문에 자책하지 마시오. 이것은 나 혼자 저지른 일의 대가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영면했다. 영면하기 전 그는 황제에게 용서를 구하고 가족들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황제는 그의 유지대로 가족들을 보살펴 주었지만 아름다운 나탈리아는 끝내 재혼했다.

푸쉬킨은 러시아 리얼리즘의 기초를 확립하여 근대 문학의 시조로 불리며, 외무부 서기로 근무하면서 현실 비판적이고 신성 모독적인 시를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카프카스 지역으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