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2002년도 12월 18일에 모 방송국에 소개되었고 몇몇 분들이 주고받는 인과(因果)를 말할 때 가끔 예화로 들었던 실화 하나 정리해 놓은 것이 있어 그것을 끄집어내려 한다.

북한에 살던 강순자 씨는 6.25 사변이 일어나자 남한으로 피난길을 나선다. 그 피난길에 가족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는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남한생활을 이어가던 중 인연이 있었던지 전처소생의 두 아이가 있는 마음씨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미게 되었다.

강순자 씨는 지금 살고 있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복덩이 같은 세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할까? 어느 날부터 장남이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 쌓이듯이 아픔의 강도가 올라가 큰 병을 얻게 되었다. 강순자 씨는 또 다른 슬픔을 안게 된다. 병원, 한의원 등 양·한방치료를 계속하였고 치료가 될 만한 곳은 다 다녀보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애타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이 정도 되면 가슴은 다 타버려 재만 남은 가슴이 되고, 마음은 허공에 놀고 있는 아지랑이처럼 혼란스럽게 되어 지푸라기라도 있으면 매달리고 싶은 심정을 갖는다.

그러던 강순자 씨에게 기쁨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어떤 분의 말이 희망의 씨앗으로 다가온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삼칠일(21일) 된 강아지를 달여 먹고 나았다.”

강순자 씨는 옆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오로지 삼칠일 된 강아지를 구하는 데만 열중한다. 희소식이 왔다. 마침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강아지 세 마리를 낳았는데 삼칠이 되었으니 가져다가 약으로 사용하라는 연락이다.

강순자 씨는 조급해졌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펄펄 끓여놓고 강아지를 가지러 갔다. 유달리 어미개가 온 힘을 다해서 짖어댄다. 강순자 씨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어미개의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을 때 강아지 세 마리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결국 강아지들은 끓는 물속에 들어가게 되고 장남의 약으로 변하여 복용하게 된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다. 갑자기 자신의 몸으로 난 아들이 처참한 경련을 일으키고 뇌성 마비로 쓰러졌다. 그런 우환 중에 딸아이가 또 무서운 경련을 일으키고 쓰러지고 막내아들마저 혼절하더니 전신 소아마비 불구자가 되어 버렸다.

강 여인은 산 강아지를 죽인 업보(業報)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웃집 어미 개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그 후 강 여인은 늙어 죽게 되면서 평생 묻어둔 이 사연을 가족들에게 밝히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큰 아이의 병 치료를 위해 강아지를 삶아 약으로 쓴 과보로 자신이 낳은 세 아이가 비참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고 인과의 진리를 굳게 믿은 것이다.

민족이 낳은 성자 소태산 대종사는 ‘과거에는 마음이 거짓되고 악한 사람도 당대에는 혹 잘 산 사람이 많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마음이 거짓되고 악한 사람은 당대를 잘 살아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니, 사람들이 자기 일생을 통하여 지은 바 죄복(罪福)을 자기 당대 안에 거의 다 받을 것이요, 후생으로 미루고 갈 것이 얼마 되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였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두려움을 가졌다.

요즘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보면 헝클어진 머릿결처럼 어지럽기 짝이 없다. 헐뜯고 물고 넘어뜨리기 위하여 앞뒤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과 제 욕심 차리기에 눈먼 경제적 강자들, 날 살려달라고 집단이기주의로 나가고 있는 단체들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되려는가 하는 한숨만이 온 가슴을 강풍처럼 쓸어 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지성의 학자들은 지금을 밝은 세상이라 한다. 태양처럼 훤히 밝아 가짜인지 진짜인지 금방 분간할 수 있다는 시대이다. 눈먼 사람은 속일 줄 몰라도 태양처럼 밝은 진리를 건너갈 순 없다. 밝은 세상에서는 죄에 대한 과보가 다음 생까지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인과가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과의 세계」(양산 김중묵著)에 보면 ‘상극(相剋)의 인과를 상생(相生)의 인과로 돌리는 방법’이 나온다. 밝은 세상에서는 상극의 관계를 상생으로 바꾸지 않으면 그 무서운 과보를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첫째는 피경음조(避境陰助)이다. 만나면 서로 속이 상하고 미운 마음이 들어 기운이 막히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상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또 내가 선의(善意)로 도와주었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미움이 남아있어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상대방 몰래 도와주고 보살펴 주면 상생의 관계로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감수불보(甘受不報)이다. 빚을 갚으면 빚 독촉이 없어진다. 그릇이 가득 차면 더 채울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상극의 관계도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고 못 감당할 일을 저질러도 내가 먼저 상대 심을 놓는 것이다. 그렇게 과보를 피하지 않고 달게 받는 것이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상대방이 자연히 돌아서서 결국 상생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셋째, 전극상생(轉克相生)이다. 밉고 싫은 사람을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돌리는 것이다. 바로 원망 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이다. 은혜롭고 감사하게 여기면 상생의 인연으로 돌아서게 되어 있다.

현실을 볼 때 마음이 거짓되고 악한 사람도 혹 잘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마음이 거짓되고 나쁜 사람은 당대를 잘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일생을 통하여 지은 바 죄 복을 당대 안에 다 받고 후생(後生)으로 미루고 갈 것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과의 세계는 무서운 것이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 하였다. 어찌 인과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