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며칠 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9가 막을 내렸다. 지난 수 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꼽히는 첨단기술들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ES 2019를 통해 본 4차 산업혁명의 성격은 5세대 통신기술(5G)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사물들 사이의 정보흐름을 인공지능(AI)이 통제하는 플랫폼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5G나 사물인터넷(IoT), AI 등은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기술개념인데, 플랫폼은 다소 생소한 개념인 듯하다. 그런데 이 플랫폼 때문에 현재의 기술동향을 산업혁명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 같다.
플랫폼은 보통 ‘공통의 활용 요소를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보완적인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제조할 수 있는 유무형의 기반’을 말한다. 협업을 통해 플랫폼 참여자의 이익 극대화를 도모하는 연합체가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니, 경쟁의 양상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18세기 후반에 본격화된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근대적 산업체계가 시작된 것을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19세기 후반에 전기 및 석유 등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가 등장하면서 대량생산체계가 구축된 것을 2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1970년대부터 IT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산업 전반에 정보화 및 자동화가 이뤄진 것을 3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이런 기술적 전환기를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기술이 사회구조를 극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각각의 기술혁명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되면서 부와 소득의 근원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사회의 질서가 재편됐다. 즉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기술이 바꾼 것이다.
5G, IoT,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가상·증강 현실, 인식기술, 디스플레이 등 ICT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로봇, 에너지, 바이오,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각 분야의 개별적 혁신기술, 즉 와해성 기술 하나의 파급효과만 해도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이 플랫폼을 형성하여 융복합함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세상의 변화는 실로 예측하기도 힘들기에, 현재를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CES가 가전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컨셉트 차량들을 대거 출품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자. 이들은 자율주행, 커넥티드(차와 사물의 연결기술), 전기구동 등의 첨단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과 거대자본,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존 제품 개념과 다른 차량은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업(業)에 대한 개념이 ‘이동수단의 생산 및 부가 서비스’에서 ‘이동성(mobility)과 관련된 솔루션 제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다. 기업가치 130조원으로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 빅3의 시가총액을 능가하고 있는 우버(미국)와 기업가치 70조원인 디디츄싱(중국) 등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이 향후 막강한 자금력과 고객정보기반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계를 비롯하여 관련 산업의 구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말과 연시에 두 명의 택시 운전자가 분신하는 참극을 초래한 카카오 카풀 사태가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 사회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키는 배달 서비스 앱이 그것인데, 이미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자율주행차와 연계한 사업모델이 구체화 되고 있다고 한다.
네트워크로 사람과 사물, 데이터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플랫폼 경제로 인한 업의 개념 변화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당기간 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삶의 고통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4차 산업혁명의 성격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지난 산업혁명기들을 보면 기술혁신으로 세상의 부와 복리후생 총량이 증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양극화나 일자리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존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만들어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전 세계 기업과 자본들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준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대증적 지원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또 기술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글로벌 트렌드를 주시하면서 기술혁신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노동자-정부-정치권 등이 이와 관련된 의제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으로써 곧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맞이할까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