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과 국가도 이런 이치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바람직한 변화를 의미하는 말 중에 주로 회자되는 것이 개혁과 혁신이다. 개혁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이란 의미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을 뜻한다. 혁신과 개혁보다 강력한 변화는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또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을 의미하는 혁명이다.

개혁이나 혁신은 결코 완성이 있을 수 없는 어려운 과정이다. 끊임없이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개혁과 혁신에는 그 주체와 객체 모두 상당한 고통이 따르지만, 기존 질서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혁명을 피하려면 지속적으로 변해야 한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혁명은 고사하고 개혁과 혁신도 여간해서는 이루기 힘든 과정이다. 변화를 이끄는 주체와 이를 수용하는 객체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혁명은 사회적 엔트로피가 극에 달할 때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주역의 대원칙인 물극필반(物極必反)처럼 한쪽만을 향해 질주하는 사회는 혁명을 맞게 된다.

봉건시대의 왕조가 바뀌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이나 동학농민혁명과 같은 민중혁명, 러시아의 계급혁명, 구미의 인권혁명 등 모든 혁명은 다수가 비정상적으로 억압받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혁명의 동기나 결과와 관계없이 더 이상 기존 질서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다수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던 것이다.

개혁, 혁신, 혁명 등 모든 사회적 변화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고통이 따른다. 특히 과거 체제에서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많은 것을 얻은 기득권의 고통이 수반된다. 기득권층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사회적 변화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며, 기득권층의 조직적 저항으로 많은 사회적 변화의 시도가 실패로 끝을 맺곤 한다. 실제로 혁명이 아닌 개혁이나 혁신이 기득권층을 크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 전반을 어느 정도 정상화함으로써 그들의 기득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든 사회적 권리는 더불어 사는 시스템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회적 변화에 대한 절대 다수의 대중적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나마 누리는 삶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숱하게 겪은 사회적 변화의 실패에 대한 좌절감, 기존 질서에서 축적된 상향욕구의 상실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게 익숙한 질서로부터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사회적 변화’야말로 모두가 더불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 특히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변화가 기득권층에게는 안정을 가져다주고 대중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정치인이 해야 한다. 그래야 개혁이든 혁신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내뱉는 개혁과 혁신에서는 믿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이 보여주는 언행이 불일치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방법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개혁과 혁신의 대상들이 개혁과 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어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는가? 냉소와 무관심, 맹목적 지지 내지는 반대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과 혁신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혁명의 싹은 자라날 것이다.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물극필반의 원리에 의해서!

이제 불과 두어 달 후면 우리 사회가 개혁과 혁신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된다. 사회적 변화를 이끌 선량을 뽑기 위한 총선이 치러진다. 사회의 개혁과 혁신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혁명이 요구되는 때다. 민중은 스스로 자신들을 해방시킨다고 설파한 혁명가 체 게바라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으로서 불가능한 꿈을 가슴속에 품은 현실주의자가 되자고 말했다. 온전히 상식과 정의가 지배하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사회를 만들자는 꿈을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심어주면서 연저지인의 자세로 대중을 이끄는 정치적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 개혁과 혁신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이리라.

개혁과 혁신의 도도한 물결은 결국 대중의 힘으로 만들지만, 그 물꼬를 트는 것은 정치인이다. 4월 총선에서 우리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정치세력을 밀어주는 시민혁명이 참으로 절실하다. 개혁과 혁신은 오롯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