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주 이리자선원 원장

그런데 그곳 금오산이 ‘자연보호 운동의 발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경북 청도가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사실은 영화나 각종 매스컴에 의해 알려졌지만 금오산이 자연보호 운동의 발상지라는 사실은 금오산 대혜폭포 옆 안내판을 통해서 필자도 알았다. 1977년 故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 금오산에 올라 폭포 앞에서 깨진 병조각과 휴지 등을 직접 주우면서 전국적으로 자연보호 운동이 확산되었으며 이듬해 1978년 10월 5일에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적 회상을 할 때면 으레 보여 지는 것이 조그만 냇가에서 동네 어머니들이 모여 빨래를 하시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물론 다른 모습들도 떠오르지만 그 모습이 제일 선명하게 다가온다. 작금의 세상은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냇가에서 빨래하던 그런 모습들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다. 이제 세상은 과학의 위력 앞에서는 그 누구도 큰소리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치도 사상도 그 어떤 것들도 과학문명의 앞에서 속속 굴복하고 있다. 이것은 본래 가지고 있던 우리 인간성이 점점 물들여져가고 있다는 것이고, 인간적 이기주의와 소아주의가 극성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물며 인간은 자연을 향해서 ‘정복의 대상’이라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만일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인류는 파멸할 수밖에 없고 멸망만이 있을 뿐이다. 자연은 천지가 주는 우리들의 은혜이다.

천지는 하늘을 통해 공기를 주어 우리가 호흡을 하고 살게 했다. 땅은 바탕을 주어 우리가 이 몸을 의지하고 살게 했다. 해와 달의 밝음을 주어 우리가 삼라만상의 대자연을 분별하도록 알게 했다. 바람과 구름과 비와 이슬을 주어 만물을 기르게 하고 그 산물로 우리들이 삶을 유지하도록 했다. 천지는 영원불멸하여 만물이 그 길을 따라 무한한 수명을 얻게 한다. 실로 이 은혜는 그 무엇으로도 다 형언할 수가 없다. 얼마나 감사하고 지극한 은혜인가?

오늘날 과학문명이 발달하여 그 혜택이 놀랍도록 우리에게 끼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무한한 자연의 법칙의 바다에서 몇 알의 진주를 선물로 받아 그 법칙에 순종하여 이를 활용한 결과에 불과하다. 사람은 만물의 주인이므로 자연을 활용할 권리가 있다. 또한 자연을 잘 보호하고 잘 관리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그늘에 가려 본성을 망각한 사람들은 권리만 찾을 뿐 의무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의무이행은 천지자연이 주는 은혜에 대한 보답이다. 천지자연이 가는 길을 정확히 본받는 길이다. 천지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고 느끼고 깨우쳐서 그 길대로 우리 인간이 가는 길이다.

소태산 대종사(원불교 교조)는 천지자연이 가는 길이 8가지가 있음을 밝혔다. 지극히 밝은 길이요, 지극히 정성한 길이요, 지극히 공정한 길이요, 순리 자연스러운 길이요, 광대하고 무량한 길이요, 연원한 길이요, 길과 흉이 없는 길이요, 응용에 무념(無念)한 길이라 했다. 즉, 이러한 천지자연의 길을 본받아 우리는 일과 이치를 연구해서 밝은 지혜를 얻고, 무슨 일에나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원근친소(遠近親疎)와 희로애락(喜怒哀樂)에 공정하며, 합리는 반드시 실행하고 불합리는 버리며, 한편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해탈(解脫)을 얻고,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끌리지 아니하고, 이웃을 위하여 베풀고 배려하는 생활을 하되 천지자연과 같이 그 선행을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나 애국선열들에게 보은하는 길은 그분들이 걸어가신 그 길을 본받고 그 정신을 실행해가는 길이다. 후손들이 이러한 정신으로 살아갈 때 우리나라는 크게 신장되듯이 천지자연의 길을 우리가 보은의 길로써 실천해 갈 때 세상은 천지자연의 보호(위력)를 받을 수가 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며, 서로 간에 서로 우대하고 행복한 생활이 영위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문명을 앞세워 천지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일과 이치 간에 무식하고, 정성이 적고, 매사에 과불급이 많고, 불합리한 일이 많고, 편착심(偏着心)이 많고, 고락의 원인을 몰라 한없는 고해의 바다에서 허덕이게 될 것이다. 또한 천지자연으로부터 거대한 도전을 받아 대기권이 오염되고, 오존층이 파괴되며, 바다가 오염되며, 생물의 휴식공간이 축소되면서 생태계의 환경이 침식되어 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천지자연에 대한 우리 인류의 자각이 절박할 때이다. 우리의 생존에 대한 적신호는 지구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천지자연에 순종하고 천지자연을 보호하고 천지자연을 잘 활용해 나가야 한다. 그런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평화스런 안락처가 되고 안식처가 되며 우리의 삶은 무한히 풍요로워져 아름다운 천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