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성중

일본에서는 고령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무덤 친구’라는 단어가 생겼습니다. 무덤 친구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말동무를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함께 무덤을 보러 가기도 합니다. 홀로 지내는 고령자들이 서로 간의 죽음에 대한 심정을 솔직히 나누면서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1인 가구가 죽음을 함께 준비하도록 도와주면서 고독사를 방지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지만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고독사로 사망한 수가 2017년 835명에서 2020년 138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노인 가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독사 실태조사 자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서울에서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60대가 31.5%로 가장 많았습니다.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무관심 속에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합니다. 고독사와 비슷한 '무연고 사망'은 장례를 치러야 되는데 아무도 인도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쓸쓸한 나라, 대한민국, 2020년 우리나라의 무연고 사망자가 2880명이고 이 중 다수는 고독사입니다.

유독 노인층, 그 중 독거 노인층이 고독사를 맞이하는 이유는 주변에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소통을 할 만한 친구나 가족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함께 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무엇보다도 복지의 확대, 즉 대면접촉을 늘려야 합니다. 고립되어 있을수록 도움을 거부하지만 결국 자기 방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원을 거절한다면 꾸준한 설득과 관계 맺기를 통해 돌봄 지원 체계 내에서 보호받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특히 일용직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자나 수급 탈락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최근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 즉 AI를 활용한 방안이 있습니다. AI 스피커는 사람과 대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스피커 내부에 부착된 이동 센서를 통하여 어르신의 움직임이 없거나 주변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상담사가 즉각적으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여 고독사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NORC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NORC란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의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65세 이상의 은퇴 후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나 식사 여부 확인 및 관리, 다양한 활동을 통한 친목 도모를 통하여 외로움을 덜어준다고 합니다.

일본의 ‘고독사 제로 운동’ 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자가 없거나 이웃이나 친구, 가족이 없는 사람을 고독사 예방 관리 대상자로 선발하여 이들을 위한 공동체 소통 공간을 운영하고, 고독사 예방 상담 전화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중 노인층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현저히 높은 프랑스도 일찍 대책을 마련한 편입니다. 프랑스는 국가적 차원의 활동단체(모나리자·Monalisa)를 조직한 뒤 이 단체를 통해 독거노인을 정기방문하거나 사회관계를 증진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독거노인 입양’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등록된 시민들이 독거노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안타깝지만 피할 수 없는 사회 변화 속에서, 이제 우리는 고독과 싸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고독사 문제를 완전히 없애긴 어렵지만, 나와 이웃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회가 가진 첨단 기술과 다양한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함께 이겨내야 합니다.

고독사, 곧 닥쳐올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