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업적을 이루거나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간 가난해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하게 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서 기능했던 교육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5일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발간으로 ‘대학 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부모의 사회경제적 가구환경에 따라 대학입학의 기회불평등이 증가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최하위 계층일 경우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불평등 때문에 명문대 진학에 실패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고 합니다.

입시에 사회가 목을 매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점점 늘어난 데서 기원하고 있습니다.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들어갈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부와 특권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권층 부모들은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 입학 과정에 부와 특권이 끼치는 영향력은 심지어 부정이 없는 경우에도 분명하고 또한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바야흐로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승리한 것처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있었습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불평등이 커지고 상류층에게는 혜택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무력감을 안겨준 데 대한 분노의 판결이었습니다. 또한 바닥에 묶여있는 사람들 또는 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사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기술관료적 정치에의 반발이기도 합니다. 그저 자기가 선호하는 인물이나 보수나 진보 성향을 따라 투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은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전문적인 계급은 자신들의 유리함을 자녀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냅니다. 대학들은 능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부자와 인맥 좋은 사람들의 자녀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을 치유하지 않는 지도자를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정의나 공의는 신화에 불과하며 공허한 약속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감정이 포퓰리스트적 반항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명문대 재학생들은 높은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해 ‘상처 입은 승리자’와 같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 대안들을 통해 대학들의 경쟁적 입시를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영예는 소수의 인재선별과 능력배양의 기능이 아니라 도덕적인 인간이자 민주적 시민으로서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넓게 본다면 대학학위가 없어도 인생에서 성공할 길을 열어주는 사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금도 불공정한 경쟁의 승자들은 오만함으로 패자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해 주는 방법이 아니라, 사회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입지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교육정책을 통해 동등하고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 불리한 배경을 가진 청년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 도로를 깔면 수많은 차들이 마음껏 다니고 산업이 발전하듯이 재능만 있으면 마음껏 성공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정한 사회는 경제 번영과 복지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불충분합니다. 소득과 부의 공정한 분배가 가능하고 사람과 일에 대한 존엄성을 회복되어야 합니다. 타고난 재능이 어려운 환경에 의해 사장되거나, 능력이 부족한 상속자가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예방되어야 합니다. 인재의 적재적소 활용과 높은 사회 이동성으로, 형평성은 물론 재원배분의 효율성과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승자에게 갈채하며 동시에 패자에게 조롱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판이 혐오와 공격과 대결의 양상인 이유입니다. 이제 민주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담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를 편 가르는 냉혹한 성공 윤리와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벽이 균열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리더(Leader)가 선출되는 대통령선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