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 익산성장포럼 대표

전 익산경찰서장

여행지를 다녀온 관광객은 기분 좋은 체험이나 풍경보다도 오감을 만족시킨 먹거리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제는 음식 자체만으로도 관광이 되는 시대입니다. 최근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음식에 들어가는 지역의 특산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식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명 셰프의 조리과정과 독특한 향토음식을 활용한 ‘푸드 투어리즘(Food tourism)’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유적, 건축물, 박물관, 자연경관 등 고정자산은 변화에 한계가 있지만 도시의 음식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관광객을 유입시킨 대표적 도시가 가까운 전주입니다. 어떤 관광객이 전주비빔밥이 너무 맛있어 체인점을 내면 좋겠다고 하자 음식점 주인이 이것이라도 먹으러 전주를 찾아와야 다른 사람들도 먹고 산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유명 음식점에 대한 소문이 주변의 동종 또는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적인 예입니다. 주변 관광지를 찾아가는 동반 효과도 있고 지역 특산품의 지명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지의 음식은 그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은 물론 지역민의 손맛과 정감이기 때문입니다.

교산 허균(1569~1618)은 조선시대 최고의 미식가였습니다. 그는 익산 함열에서 그동안 자신이 먹어본 팔도 음식들을 지역별로 기록한 '도문대작’을 펴냈습니다. 현재 익산시 함라면에서 운영 중인 음식점인 ‘함라 도문대작’은 이러한 허균의 ‘요리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외에도 우리 익산시에는 전통과 향토색이 겹겹이 쌓여있는 음식과 맛집이 있으나 익산시는 이러한 향토음식을 더 발굴해야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점을 착안하여 우리 익산시의 향토음식을 발굴할 수 있을까요?

첫째, 향토음식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익산시 지역에서 알려져 있고 어느 정도 선호 층이 유지돼 온 음식 중에서 지역적 특성을 살린 메뉴를 찾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익산시의 향토음식은 익산시의 특산물을 이용하거나 독특한 조리법으로 조리하여 고유의 맛을 내는 향토색 있는 음식과 이를 기본으로 개발된 새로운 음식 중 익산시장이 지정한 음식을 말합니다. 향토음식으로 지정되면 ‘명인’도 선정하고 교육과 지원을 통해 관광 상품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둘째, 향토음식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익산시의 지역홍보 및 경제발전에 있어서 필수적 조건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향토음식점은 업소의 평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구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갔을 경우 입소문이 나 있거나 언론에 노출된 친숙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따라서 잘 알려진 향토음식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에 비해 자주 선택되며 이는 지역의 관광수익과 직결됩니다.

셋째, 최고의 요리로 꼽히던 이태리 요리가 프랑스 요리에 밀린 것은 맛에서가 아니라 상차림, 즉 예술에 가까운 스타일 때문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유명한 향토음식점의 경우 맛은 압도적이지만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섬진강에서 먹은 ‘참게 가리장국’과 ‘봄 도다리 쑥국’의 맛은 기가 막히지만 음식을 담은 플라스틱 혹은 스테인리스 그릇, 세련됨이 없는 상차림은 미식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익산시 향토음식의 느낌은 깔끔한 도자기 등을 활용한 스타일로 얼마든지 표현해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서양음식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의 감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착안하여 주변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개발하고 보급하며 식당설비, 재료조달, 경영개선 등의 역할을 하는 음식연구소 설립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 익산시에 다양한 진짜 맛집들이 생겨나기를 염원합니다. 진짜 맛집은 ‘내게 소중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도 좋을 집을 의미합니다. 불만스럽지 않은 정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행복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집을 말합니다. ‘익산에 가면 그곳에 가서 꼭 그것을 먹어야 된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그날을 마음속 깊이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