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더불어 동으로 향하고, 바람이 서쪽으로 불면 더불어 서로 향하니 세상에 휩쓸리듯 한다. 이를 싫어하여 피하려고 할진대 거닐면 그림자가 따르고 부르짖으면 메아리가 따르니 이것 또한 나에게 있는 것이니 무슨 수로 피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하여 장차 묵묵히 앉아서 자신의 한평생을 마칠것인가?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어찌 까마득히 먼 옛날의 옷과 관을 갖추어 입고서 중국의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인가? 당신의 제도를 따르고 나라의 풍속을 따라서인가? 이것은 수많은 별들이 하늘의 운행을 따르고, 온갖 냇물이 땅을 따라 흐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비록 그러나 또한 조화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성명性命을 세우는 자도 있다. 천하 모든 사람이 주나라를 높이는데도 백이와 숙제는 부끄럽게 여겼고, 모든 풀이 가을이면 시들어 떨어지는데도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른 것이 이것이다.

아! 우 임금도 풍속을 따라 치마를 벗어야 했고, 공자도 다른 사람을 따라 사냥을 해야 했으니, 대동大同하는 마당에 시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오로지 남들 하는 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다! 마땅히 이치를 따라야 한다. 이치는 어디에 있는가? 마음에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마음에 물어야 한다. 마음이 편안하면 이치가 허락하는 것이니 이것을 행하고, 불안하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 따른 것이 바르게 되어, 스스로 하늘의 법칙과 합치될 것이니 한결같이 마음을 따르면 운수와 귀신 모두가 나를 따를 것이다.

李用休(이용휴) : 1708-1782 조선후기 문인이며 성호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저서에《탄만집》《혜환잡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