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국정이나 도정, 우리가 살고 있는 기초 단체인 시정에 있어서도 문화정책이란 무엇이며 쉽지 않은 분야로 보여진다. 정책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결과가 나올 확률도 낮고 단기간의 성과로 장기적인 성패를 판단하기란 더욱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일 것으로 확신해 본다.

오늘 우리 익산의 문화정책을 포함해 전라북도의 문화정책 속에서 근본적 기조를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정책의 성과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책방향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문화정책을 세우고 구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는 구성원들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자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에는 정부가 바뀌고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추진 가능한 대전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결코 단기간에 변화와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없다. 문화예술의 생태계는 창작자와 향수자가 양립해야만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오늘의 문화예술 지원사업들은 예술가들의 창작측면에 지원·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즐기고 사랑하는 향수자들이 부족하다면 이는 결국 공적자금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결국은 문화예술의 수요자 중심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터운 문화예술 수요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랜시간이 걸리며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공공행정의 재정적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은 다양하며 복잡하다. 여러종류의 문화행사와 축제들이 시 전역에서 펼쳐진다해도 그들의 일상에 문화가 진입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크고 거대한 문화 예술행사를 통하여 익산의 문화수준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빚이나 적자로 얼룩졌던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요즘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 작지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가 많아야 한다. 또한 작은 문화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의 생활공간 속에 구현되어야 더욱 많은 시민들, 특히 시간적 여유가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더욱 소중한 문화경험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주도적 역할은 민간에 위임하고 시정을 민간의 문화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해주는 소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생활을 하고 시민들이 언제든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의 생활 전반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문화정책은 경제적, 산업적 가치가 아니라 인본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실현되어야 한다. 문화는 부분적인 영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능의 영역도 아니다. 그러나 문화로 인하여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사회 전반에 관한 시스템이 바뀌기도 한다. 이제 우리 익산의 문화정책은 시민의 자존감을 찾아주고, 그들의 일상 속 작은 변화를 통하여 문화수준을 높여 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