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한해 동안 매일 매일 들여다보던 2015달력이 달랑 한장 뿐! 그것도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한해가 3일 후면 역사의 수레바퀴 속으로 사라질 것이니, 진정 세월같이 빠른 것이 없지 않나 싶다.

지난 한해 동안 어떻게 살았으며 연초에 다짐했던 희망과 계획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자문 앞에 그 대답은 후회와 반성의 두께만 더해갈 뿐!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며,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힘과 자아에 눈을 뜸으로서 자신을 아끼고, 이웃을 사랑하며 민주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자격과 교양인의 소양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한해가 가버리는 아쉬움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당연한 세월과 생의 흐름을 진지하게 응시하는 지혜와 시간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소설 「빌 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는 교양인의 자격을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면 매일 좋은 음악을 한곡정도 들으며, 또한 매일 좋은 시 한편을 읽고, 훌륭한 그림 한점을 감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괴테가 생존하던 18·19세기와 현재를 동일하게 비교하거나, 우리의 삶을 그 시기와 장소의 기준에 맞추어 평가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덧붙여 반드시 교양인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점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교양인이 되는 것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음악이나 문학, 그림감상, 공연관람 등 그와 같은 것들은 모두가 사치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메달려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있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역시 예외는 아니나, 우리는 항상 그와 같은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교육이나 경제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상황을 떠나 누구나 그런 삶을 꿈꿀 수 있고, 또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와 예술은 국가의 수준이고 시민의 수준을 나타내며 개인으로 보면 삶의 품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혹은 다른 모든 것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채워야 함이 문화와 예술이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외면상으로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가 순차적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 즉 문화력은 문화예술을 접하는 국민들의 시각이자 문화예술을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태도이고, 그것이 그 나라의 수준과 역량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 시각과 태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한해에 익산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예술의전당 개관으로 대형의 공연장과 미술관이 선을 보였다. 가람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국립박물관 승격과 함께 각종 공연과 전시, 예술제와 중·소 축제 등이 열리면서 익산의 문화력 수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시민의 참여의식과 이해정도는 낮다. 운영자의 비전문성과 전문가의 비협조적, 냉소적 사고방식 등이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다.

이제 우리의 또 다른면을 찾아서, 그리고 새로운 노력과 단합과 소통이 절실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있다. 그리하여 문화예술과 예술인들의 삶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 또한 문화예술 저작권에 전문적이고 깊은 인식을 가져야 하는 새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을 향한 궁극적인 목표점은 어디일까? 예술은 예술 자체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생활 자체가 예술은 아니다. 생활은 영원히 원료이지 그릇은 아닐 것이니- 예술가는 생활 속 고뇌에 깊숙이 잠겨보지 않으면 진정한 예술품을 창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위대한 창작은 고난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몇몇이 취미로 둘러앉아, 그리고 몇번의 놀이삼아 하는 예술행위들이 진정한 예술이라 말함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천박한 기량과 소견으로는 우수한 예술품을 만들 수 없다. 예술의 이념이라 할 수 있는 탁월한 인품과 교양의 불가결함만이 훌륭한 예술을 예술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술은 삶과 이상, 인간의 순수한 전형을 제시하는 것이다. 작가의 인생과 분리되어 예술 자체만으로 극시될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이나 사상, 철학 등 종합적인 안목으로부터 파악되고 있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고 예술은 바닥에 박힌 차돌과 같아 영원한 것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인류에게 감동을 준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일반 문화와 같다고 생각해보라. 베토벤의 명곡들, 고려 비색을 자랑하는 청자, 그리스 밀로의 비너스 등등이 고물이나 쓰레기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활문화 발달의 혜택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하겠지만 인스턴트 음식, 게임중독 등 때로는 심신을 약하게 병들게도 한다.

약을 남용하면 독이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