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새’는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이라는 의미의 성상관형사다. ‘새해’는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보내고 과거와는 다른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는 강렬한 기대와 소망이 담긴 표현일 것이다. ‘새’의 뜻을 가진 한자 신(新)은 ‘나무(榛)를 도끼(斤)로 베다’라는 단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형성문자다. 같은 뜻을 가진 영어 단어 new도 ‘전에 없었던’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새로움은 변화의 결과다. 변(變)이라는 한자는 ‘어지럽다,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진 ‘련’과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라는 의미를 가진 ‘문’이 합해진 글자로서, 본디 어지러운 마음을 고쳐서 사람이 달라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변화에 대해 말한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의 한 구절을 보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구절이다. 변화의 요체를 설파한 이 구절은 궁(窮)이라는 문자 자체가 갖는 중의적 의미 때문에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궁(窮)’은 ‘다하다, 달하다, 마치다, 곤궁하다, 궁구(窮究)하다, 연구하다’는 뜻인바, 궁(窮)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글귀의 의미가 달라진다. 즉 이를 ‘다하다, (극에)달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일월영측’처럼 순환적 변화가 되니 어떤 상태가 오래되면 변화를 대비하라는 교훈으로도 보인다. 이를 어려움으로 해석하면, 어려울 때는 변화를 모색하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궁구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변화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궁(窮)을 ‘궁구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변(變)을 통(通), 구(久)와 이어서 생각하면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막힘없이 들고 나서 정체(停滯)가 없음을 뜻하는 통(通)이 없으면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렇게 통하는 상태가 돼야 안정(久)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가 궁(窮)->변(變)->통(通)->구(久)->궁(窮)이라는 순환적 구조를 띄니, 결국 이 문구는 항상 궁구하고 반성함으로써 새롭게 변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지혜를 주고 있다고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새삼스럽게 새로움과 변화에 대해 말하는 이유가 있다. 새해라는 희망적인 시간관념에 앞서 새로움을 만드는 변화의 본질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개개인과 지역사회, 우리나라가 심기일전해서 새롭게 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우리 모두가 새로운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주역의 교훈처럼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궁구하면서 실천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경우, 우리의 목표가 쉽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당연하다. 따라서 새해에 개인적 각오를 다지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천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우리나라와 익산에게 매우 각별한 해다. 서민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고 사회에 갈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모처럼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자치단체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익산의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서 4월에 국회의원과 단체장 선거가 실시된다. 그 어느 때보다 유능하고 참신한 사람들을 선택해야만 하는 중대한 시기다. 혈연, 학연, 지연, 이해관계 등 과거의 구태의연한 선택기준을 버리고, 진정으로 우리나라와 익산을 위해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참된 변화를 이끌어낼 사람을 골라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혁신은 본질적으로 소수의 정치인이 아니라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힘으로 만드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해 첫 자락에 미사여구로 덕담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하지만 희망찬 메시지가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바꿔줄리 만무하다. 결국 우리 개개인의 노력을 뒷받침해줄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가 주역의 가르침처럼 새롭게 변화하는 2016년이 되길 바란다. 새해에도 주간소통신문이 건필하면서 더욱 성장하길 바라며, 독자제현들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