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인간이 태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를 다하는 것은 자아실현의 기본이 될 것이며, 그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인생 목표의 일부로써 아주 적합한 내면적 가치에 해당한다 하겠으나 육체적 성장과 생존은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건강과 장수만으로는 인간의 참된 삶의 목표로서는 부족하다 하겠다.

인간 특유의 잠재력의 충분한 발휘가 수반될 때만이 비로소 만족스러운 삶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정신적 잠재력은 즉 각자 개인이 타고난 소질은 매우 다양하며, 그 소질을 충분히 개발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소질을 모두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하니, 여러가지를 조금씩 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는 있겠으나 모두 잘 하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소질 가운데 가장 특출한 것 하나, 아니면 가치가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자신을 전문가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그외의 소질들은 사람됨의 균형을 고려하여 부차적으로 개발하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정보화사회에서는 전문적 지식, 또는 전문적 기능을 가짐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직 한가지 일밖에 모르는 단순 기능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방면에 교양을 갖춘 균형잡힌 인품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적성에 맞는 한 가지 일에 능숙한 전문인일뿐만 아니라 전공이 다른 여러분야의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폭넓은 사람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사람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떳떳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덕성을 쌓아감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삶의 설계는 중요하지만 그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1년 동안의 계획을 세운 경우, 오래가지 않아서 그 계획이 중단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할 때 일생에 걸치는 삶의 설계를 세우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설계는 실천하기 쉽게 세워야 하며 지나친 욕심과 구속하는 설계는 실천하기 어렵다. 목표는 자신의 능력이나 주위 환경을 고려하며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본 윤곽만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천계획은 치밀하고 확고해야할 것이다. 잘되면 좋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목표는 의미가 없으며 뜻이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차점으로 떨어지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매일 낙서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천 권의 책을 읽으리라는 목표를 세우고 백 권밖에 읽지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뜻과 의미가 있는 일이다.

삶에 원대한 설계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당장 눈앞에 즐거움, 또는 이익으로 마음이 가기 때문이다. 눈앞의 즐거움이나 이익은 먼 장래의 결과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유혹한다. 거기에 관심을 쏟게 되면 먼 후일과 연결되는 삶의 설계는 자연히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인생설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원대한 안목을 가지고 먼 장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사는 태도가 몸에 베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근자에 들어 나아감(進)을 모르는 사람들과 물러남(退)을 모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대한다. 자신의 능력과 그릇에 맞지 않는 감투를 탐하여 온갖 술수와 불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들은 종국에는 스스로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갈 것이고,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자명한 이치에 맞춰 마침 물러나야 함에도 미련과 과욕을 부리며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 또한 자신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남에 손가락질을 한 몸에 받아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급기야는 온갖 망신과 등 떠밀려나가는 불상사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나아감도 어렵지만 물러남의 문제는 더욱 복잡난해하여 항상 경계를 했던 것이 선현들의 삶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문득 박수 받으며 홀연히 떠나며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줌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