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바람개비를 돌려 주고

하늘에 가오리 방패연을 올려 주던

바람이 이제는 자꾸만 내 등을 떠민다

어디로 가란건지

떠밀려 벗겨지는 신발을 다시 주워 신는다

바람이 떠민다

마른 가지 끝에 앉은 새처럼

가야 할 곳은 허공 뿐이다

어차피 이렇게 이를 길이었는데

왜 좀 더 살지게 못살았는가

후회를 가지 끝에 걸어두고

떠밀려 내려간다 오늘도 하루

갈 땐 가도 친구들 청산에

병풍으로 두르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