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끊으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예”와 “응”이 얼마나 서로 떨어졌는가? 좋고 나쁜 것이 그 떨어짐이 얼마나 되는가? 남들이 두려워 하는 것을 두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삭막하고 거칠기가, 아직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슴에 있구나. 뭇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온갖 산해진미를 누리는 것 같고, 봄날 누각에 오르는 것 같아한다. 나 혼자 조용하여 움직일 기미조차 없는 것이 마치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기인 것 같고, 나른하고 게을러서 마치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다.

뭇사람들은 여유 있는데 나만 혼자 궁핍하구나!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런가? 너무 어두운 것만 같구나! 세상 사람들은 밝디 밝은데 나만 혼자 캄캄하구나. 세상 사람들은 세세하게 돌아보며 따지고 살피는데 나만 혼자 번민하듯 틀어박혀 사는구나! 허나 나는 깊고 깊어 그것이 바다와 같고, 센 바람이 멎지 않는 바와 같구나!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는 것에 밝은데 나만 혼자 완고하고 어리석구나! 나만 홀로 세상 사람들과 달라 어머니인 도를 귀히 여기는구나!

노자의 『道德經』 제 20장의 말씀입니다.

섣불리 앎은 모르는 것만 못합니다. 얕은 학문은 깊고 깊어 바닥을 헤아릴 수 없는 것들까지 섣불리 재고 자르고 가르는 무모함에 빠지기 일쑤지요. 그 폐단은 생각보다 큽니다. 더 나쁜 것은 그게 폐단인 줄도 모르고 번번이 그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죠. 실로 공경의 뜻을 담은 ‘예’나 막 대하는 응답인 ‘응’에 무어 그리 큰 차이가 있습니까?

‘선’과‘악’을 구별 짓는 도덕의 잣대는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지난 시대에 ‘선’이었던 게 지금은 ‘악’이 되고 지금은 ‘선’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선’과‘악’의 분별도 어리석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예와 분별을 키우는 배움이란 건 관념을 고정시키는 일이지요.

이건 자연의 법과 도를 따르는 것에 비하면 우스꽝스러운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