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장마전선에 들었다고 예보했다. 실뱀의 모습처럼 쩍 벌어진 논바닥의 가뭄은 걱정을 모르고 사는 어린이들을 기우제의 현장으로 이끌어 내고, 하늘 한 번, 땅 한번 쳐다보는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날씨였다. 사람의 마음과 천지의 기운은 같다는 말은 지혜를 갖춘 선각자들을 통해서 종종 섭렵해 온 터이다. 물질은 어마어마하게 풍요해지고 있는데 우리네의 마음은 편치가 않은 기운이다. 요즘 청문회를 보면서 또한 이웃들의 삶의 현장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국가를 위하는 문답이 아니라 당파의 정치적 과정으로 여기고 자신이 뜰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청문회를 정국 주도권 확보의 수단으로 여기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이어지는 모양새가 여간 필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남을 해하는 음해의 행위 즉 ‘아니면 말고’에 대한 응답은 반드시 자신의 진리적 재앙으로 올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래서 인사 청문회 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청문회 개선 방안이다. 그러나 개선론만이 반복돼 제기될 뿐, 진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인사 청문회를 개최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외국의 사례를 보고 개선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사 청문회를 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제를 권력구조로 갖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국 대부분은 내각제로, 우리와 같은 청문회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인사 청문회는 대통령제에서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인사 청문회를 실시하는 이유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인사 행위를 입법부가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가 청문회 개선을 위해 참고할 만한 외국의 사례는 미국뿐이다. 참고할 수 있는 외국의 사례가 부족한 점은 우리나라가 인사 청문회를 개선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이 낳은 위대한 성자 소태산은 “덕도 음조(陰助)하는 덕이 더 크고, 죄도 음해하는 죄가 더 크다”하였다. 또한 “인간이 세상에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연한 가운데 음조와 음해가 없지 않지만, 알고 보면 다 각자의 심신을 작용한 결과로 과거에 지은 바를 현재에 받게 된다”고 하였다.

음조란 사람이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진리가 들어서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덕행을 쌓으면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도 자기도 모르게 진리 세계에서 도와주는 이치가 있다. 음해란 몸을 드러내지 아니한 채 음흉한 방법으로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넌지시 남을 해롭게 하는 것이다.

음조는 남모르게 돕는 것이다. 남이 알게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조금 도와주고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여 안달이다. 우주에는 큰 덕이 있다. 남모르게 도와주더라도 그 기운이 서로 통하는 것이 진리이다. 남모르게 도와주면 큰 감화가 온다. 방안에서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면 그 기운이 천리까지 간다.

음해는 그 죄가 더 커진다. 그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기운은 서로 통하게 된다. 잘 모르고 한 것이지만 천지 기운에 의하여 다 드러난다. 나쁜 말을 당사자가 있는 곳이라면 변명의 여지라도 있지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면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 그 사람이 더 격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죄가 더 크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내가 은혜를 베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밖으로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는 한말의 곡식을 주어도 수만 섬의 곡식을 준 은혜에 해당할 것이다”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 자랑을 하지 않고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큰 덕이 되는 것이다.

주역에는 “군자가 방안에 않아서 그 말이 선한 즉 그 기운이 천리 밖에 까지 응하니 하물며 가까운 곳은 말할 것도 없다. 군자가 방안에 앉아서 그 말이 불선한 즉 그 기운이 천리밖에 까지 거슬리니 하물며 가까운 곳은 말할 것이 없다. 말은 자신에게서 나와서 백성에게 미치는 것이며, 행동은 가까운 곳에서 발하여 먼 곳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먼 곳에서라도 그 사람의 성공을 빌며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그 기운이 천리 밖에까지 응하며 그 사람 모르게 음해를 하면 서로의 기운이 거슬리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사회적인 비밀 투서나 진정서들도 음해성이 많다. 필자도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남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 유 무념(有-無念) 대조 공부에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자.’라는 계문을 포함시켜 공부하고 있다. 돌아보면 왜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렇게 서운해했을까. 약간의 복을 지어놓고도 자랑을 못하여 안달을 했을까.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왜 그리 시기 질투를 했을까. 지금도 천지와 성인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생토록 혜복을 갖추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여름의 한 복판에서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결 같은 ‘이제는 서서히 놓으라.’는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받는다. 세세생생 나의 소유는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내 마음의 힘, 남을 위하여 상(相) 없이 베푼 노력과 보시한 공덕뿐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반드시 존재하고 그 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여도 그것을 육안으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살아간다. 그러므로 보이는 것에 목숨을 건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허공 법계에 저축을 할 줄도 모르고 보이는 것에 상대하여 힘을 소진해 버리고, 약간의 복을 지어 놓고도 부풀려서 많이 지었다고 자랑하며 스스로 복을 탕감하면서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범부중생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