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영돈영부사領敦寧府事 이지를 탄핵했다. 사망한 중추원부사中樞院副使 조화의 아내 김씨에게 장가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문하시랑 찬성사 김주의 딸인데, 아름다우나 음란함이 늙을수록 더욱 심했고, 형제와 어미도 모두 추한 소문이 있었다. 기묘년에 헌사憲司에서 형形으로 처치하자고 했으나 연줄을 대어 면하고 외방으로 귀양을 갔다. 이때에 이르러 헌사에서 또 탄핵했다.

임금이 듣고서 헌부에 전지傳旨하기를 “아내 없는 자와 남편 없는 여자가 스스로 서로 혼인하는 것을 어찌 반드시 죄를 묻겠는가? 하물며 이지가 계실繼室로 취娶한 것을 내가 알고 있으니 다시는 탄핵하지 말라”고 했다.』

윗글은 『태종실록』권 30, 태종 15년의 기록으로 조화의 아내였던 김씨가 이지와 혼인하자 사헌부에서 이지를 탄핵했다. 이전부터 추문이 있어온 터라 사헌부에서 김씨 처벌을 건의했으니 김씨가 연줄을 대어 형을 모면하고 외방에 귀양 가는 것으로 그친 적이 있었다. 이런 김씨가 이지와 재혼하자 사헌부 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탄핵을 한 것이다.

사헌부에서 탄핵한 것은 김씨가 재혼해서가 아니라 아들인 조명초 등에게도 혼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혼인하기로 한 날 저녁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명초는 이지의 목덜미를 잡고 울면서 말렸다. 그런데 태종은 아내 없는 남자와 남편 없는 여자가 혼인하는 것을 어떻게 나무라겠느냐며 죄를 묻지 말도록 지시했다. 재혼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단지 국왕뿐만 아니라 당시 관료들의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에 있었던 일로, 점차 유교 이념이 널리 보급되면서 여성의 재혼은 점차 문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