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마치고 6월 말일로 정년퇴임을 했다. 늦깎이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불나방처럼 사회복지에 뛰어든지 14년 째였다. 궁촌 영광의 농촌부모를 빌어 태어난 필자는 언어적 장애를 가진 아이로 성장의 기간 동안 지지리도 못난 세월을 이겨오면서 특이할만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지만 원불교와의 인연으로 익산에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사회복지는 스승님(예산 이철행 종사)의 뜻이었다. 스승님은 필자가 20세에 이리보화당에서 간사근무를 시작하면서 모셨던 어른으로 열반 전까지 함께 했으니 대략 30년 쯤 때론 아버지로 때론 스승님으로 때론 교단의 어른으로 엉켜진 인연자였다. 스승님께서 교직을 마치시고 총부 원로원으로 가실 때 필자도 따라가 원로원 교무로 11년을 모시던 중 스승님의 말씀이 계셨다.

“성산!”
“예”
“사회복지 공부를 해보소. 복 짓는 직업 중 사회복지만큼 좋은 직업이 없네.”
“나이가 많습니다. 좀 늦은 것 같네요”
“아니야, 나도 퇴임하고 자동차운전학원 다니고 있잖은가”
“알겠습니다.”

그래서 원광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야간에 입학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그 뒤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편입·졸업, 원광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수료로 학문과정을 거쳤다.
교단에서 주어진 사회복지의 첫 직장은 삼정원이었다. 삼정원은 익산 유일의 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다. 평직원으로 입사하여 팀장, 사무국장, 부원장의 길을 밟아오면서 사회복지 실존에 대한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그 후 이리자선원(노숙인 복지시설)의 4년 생활은 불나방 생활이었다. 힘도 없는 것이 알지도 못한 것이 “사은님께서 무조건 주시겠지”하는 믿음으로 불 무서운 것 모르고 달려든 불나방처럼 산 시간이었다.
또 다시 삼정원으로 발령되어 5년째 6월 30일
토임을 한 것이다.
삼정원 직원들은 필자에 대한 정년의 아쉬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회복지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삼정원이라는 시설이었지요.
젊음을 불살랐습니다.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으셨습니다.
시설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자세로 일관하셨습니다.
호쾌한 입담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셨는데
이제 이별이라니 못내 아쉽습니다.
감투도 많아서 어께도 무거워지셨습니다.
삼정원 내려놓으시면 조금은 가벼워 지실런지요.
2008년부터 시작하신 사회복지의 길
짧고 굵은 한 줄기의 바람이 어느새 지나갑니다.
그동안 삼정원에 쏟으신 열정에
저희들의 마음을 모아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정년퇴임의 사전적 의미는 직장에서 직원이 퇴직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가 되어 맡고 있던 직책이나 직위에서 물러남을 말한다.
사람들은 정년을 맞이하는 분들에게 한결같이 쏟아내는 언어가 있다.
“제2의 인생”
제2의 인생은 부활을 뜻한다. 부활의 사전적 의미는 쇠퇴한 것이나 없어진 것이 다시 성하게 일어남이다.
인생부활은 성자 예수의 부활이 압권이다.
예수의 부활은 안식일 전날(현재의 금요일)에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가 안식일 다음날(현재의 일요일)에 무덤에서 되살아 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은 기독교의 가장 중심적인 신앙 내용을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인간이 죽음에서 되살아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되살아 난 것으로 스스로 하나님이자 인간임을 보여 주는 것이며 나아가 그를 믿는 모든 자에게 구원이 됨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신문광고에는 이런 말도 있다.
“은퇴 후 제 2의 인생설계를 도와드립니다.”

우리의 인생은 매일 새로워져야 한다. 제2의 인생이란 잊을 수 없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이건 필자의 생각이다. 원불교 신자들이 아침에 하는 것이 있다. 매일 식사 전 모여 국민체조 후 「우리의 다짐」이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새 맘 새 몸 새 생활로 새사람이 되어, 새 가정 새 나라 새 세계 새 회상 이룩하자”가 그것이다.
새로움은 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개척하는 것이다.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는 대단한 결단이며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다. 집안에서 신발정리를 안하던 아들이 갑자기 신발정리를 잘 한다면 이건 대단한 경사스러운 일이고 생활로 가는 첫 걸음이다.
제2의 인생이고 부활이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인 것이다.
가정이나 조직을 운영할 때도 그렇다. 과거 자기가 했던 방식 그대로 하게 되면 결국 뒤떨어진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지 전환점을 만들어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바로 부활이다.
예수님 같이 성인되는 것 어렵지 않다.
늘 마음을 고쳐 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