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전 익산경찰서장

김성중

톨스토이가 지은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소설 속 주인공은 해가 뜰 때부터 지기 전까지 돌아온 것만큼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먹지도 쉬지도 않고 갈 수 있는 최대한으로 걸어왔으나 지쳐서 죽고 맙니다. 주인공은 결국 땅에 묻힙니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으나 그가 최종적으로 소유한 것은 고작 2미터 크기의 무덤이었습니다. 땅은 영원히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죽을 때 지고 가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정말 우리에게는 얼마만큼의 집과 땅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는 재산의 76%가 집과 땅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년 여의도 51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공급 주택의 절반은 다주택자가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집은 짓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누군가 더 많이 가지게 되면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게 되고 못 가진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는 구조입니다. 2019년 전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352조 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8.4％입니다. 개인은 일할 맛이 안 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도 사업을 할 의욕을 잃을 정도입니다.

무주택 서민들은 다주택 공직자들의 뻔뻔한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지위에 있거나 특히, 국민의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부서에 근무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투기에 나서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난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규칙은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반응은 공직자가 이러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기준에 대한 판단원칙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직자의 다주택 문제는 조선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한양에 국한됐지만 15세기 후반에 사대문 안쪽 집값이 너무 오르자 사대문 바깥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신도시개발인 셈입니다. 당시 사대문 안쪽 인사동 집값은 50년 치 녹봉, 신도시지역 집값은 약 2년 치 녹봉인 연유로 좋은 대책이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대부와 내관, 관리 등의 투기행위가 있었습니다. 갭투자도 만연했다고 합니다. 결국 조정에서는 ‘1인 1주택’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개혁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농지법,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공직자는 주식처럼 부동산 소유·거래 정보를 정기적으로 등록·신고하고, 금지한 차명 거래가 사후에 밝혀지면 징계·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는 일상적인 투기·비리 감독기구도 설치됩니다. ?이중삼중의 투기 차단막이 쳐지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업무에서 제외시킬 수 있으며 업무상 비밀이용죄도 입증이 쉬워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하여 집과 땅의 세금을 더 많이 복지로 연결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며 환매 이익은 국가와 분점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사실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아닌 척해도 더 먹고 더 벌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욕망의 무한 질주를 억제하는 게 개개인의 도덕과 직업윤리, 내부통제 시스템 그리고 법치입니다. 공공임대 등으로 자가보유율이 91%가 된 싱가포르에선 집 문제 해결 후 3D 직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부동산은 민생의 시작과 끝이 되는 시대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조선시대 정승을 지낸 맹사성은 초라한 집에서 기거했는데 비 오는 날이면 지붕에서 물이 새어 물받이가 즐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생활이 정승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맹사성은 “이런 집조차 가지지 못한 백성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나는 호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선출직 공직자들은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그 진정이 닿을 때 민심이 녹아들고 국가는 젊은이에게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공직자 후보 중에 부동산 투기세력은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