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면장

채수훈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장 왕궁면에서는 지난 8월에‘왕궁면지 편찬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익산시 최초 면지 작업을 시작하였다. 9월에 왕궁면주민자치위원회, 왕궁면이장협의회와 왕궁면행정복지센터가 민관협력 속에 왕궁면지편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왕궁면지>는 약1천여 쪽의 방대한 분량이 예상되며 크게 총괄, 행정, 마을 3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총괄편은 왕궁면 역사, 문화, 농업, 교육, 복지, 인물 등, 행정편은 공공?사회기관과 인구, 주택, 도로, 하천 등 기초자료가 그리고 마을편은 57개 마을별 유래, 전설, 풍습, 민속 등이 수록된다.
<왕궁면지> 편찬사업 추진을 위하여 왕궁면지편찬위원회에 운영위원회와 분과위원회21명으로 구성하여 편찬에 관한 총괄적인 밑받침을 하고 있다. 조사·편집위원은 왕궁면장과 연구?용역팀 4명이 조사·편집을 맡아서 한다. 또,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의 백제왕도의 왕궁리 유적, 제석사지 등 역사유적과, 왕궁 가문의 영광인 표옹 송영구의 망모당과 양곡 소세양 신도비 등 문화유적의 자문위원 7명을 모셔서 고증 작업도 실시한다.
앞으로 57개 마을의 기초·행정조사, 역사문화 자료 수집과 집필과정이 남았다. 지난 9월부터 조사·집필위원이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였다. 약 2개월 동안 왕궁 역사문화관련 사람 찾기, 지역답사, 인터넷 정보검색, 주민 대면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어 <엄마 찾아 삼만리>처럼 고난의 길을 찾아 걷고 있다. 이중 <왕궁면지>를 편찬하고자 발품을 팔아가면서 직접 경험한 몇 가지 이야기를 약방의 감초처럼 풀어보고자 한다. 
첫 여정은 9.18(일). 주말에 왕궁면이장협의회 이용선 회장을 비롯한 4명이 왕궁 유일 학현산성을 찾았다. 성묘산에 있는데 길이 없어서 이장들이 낫으로 풀숲을 헤쳐 가며 땀 흘려 답사를 하였다. 힘들게 위치를 확인한 만큼 낙엽이 떨어져 산성의 실체가 잘 모이는 겨울철에 찾기로 하고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9.25(토). 면지 조사·집필위원, 익산시 기록물관리계 공무원 등 15명이 왕궁면 역사·문화답사를 하였다. 익산농장과 삼산의원에서 시작하여 망모당, 우산정사, 소세양신도비, 제석사지로 이어졌다. 진천 송씨와 진주 소씨 대종친회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직접 문화해설을 해주셔서 가을 결실만큼 풍성한 오후였다.     
10.1(금). 원광대학교 양은용 명예 교수께서 일제강점기 1928년에 일본인이 발행한 <익산군사정> 번역 원고 파일을 면지 발간에 사용하라고 하시면서 조건 없이 쾌히 주셨다. 왕궁편이 15쪽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었고, 오늘날 왕궁면 13개리와 동일하였고 행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을 만 하였다.  
10.11(월). 익산시 전 고도문화재과 배석희 과장께서 왕궁리 유적과 제석사지 관련 책 15권과 파일 자료를 보내왔다. 왕궁 출신으로서 12년간 과장을 역임하여 자천타천 전문가로 고향 역사문화 애정이 넘치고도 남았다. 예상치 않은 소중한 자료 덕분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10.30(토). 2021 왕궁리유적전시관 문화강좌 제3강을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단 김승대 학예연구관께서 하셨다. 강의 후, <왕궁면지> 편찬 얘기를 나누고 저녁에 연구서와 왕궁5층석탑 사리 5과가 영주 부석사 서탑에 안치되어 있다며 사진을 보내주셨다. 즉시 영주시 동료 공무원에게 부탁하여 주지 스님과 영주문화원에 그 경위를 소상히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11.5(금).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 방문하여 송호정 교수를 만났다. 길을 잘못 들어서 20여분 늦게 도착했는데 큐레이터 2명과 반갑게 맞아주었다. 2018년에 왕궁이 고향인 고 송상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물 4,600여점이 박물관에 기증·보관되어 있었다. 지하 수장고까지 안내해 주어 유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도록 3권과 목록을 주셨는데 익산·왕궁 자료가 눈에 띄었다. 면지 초고가 완성되면 고증작업에 도움을 주시겠다고 약속했다.  
<왕궁면지> 찾아 삼만리의 마지막 중간 여정은 11.18(수)에 완주군 비봉면·화산면 행정복지센터와 고산면주민자치회를 이용선 왕궁이장협의회장과 찾았다. 3개면은 이미 올해까지 면지를 발간한 선진 지역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었고, 면에서 측면 지원을 해주었다. 책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은 어두컴컴했지만 영감과 도전을 받았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9살의 소년 마르코가 돈 벌러 나간 엄마를 찾아 남미행 배를 타고 이탈리아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한편 <왕궁면지> 찾아 삼만리는 2천여 년의 고도이자 익산 문명의 발상지의 역사, 문화, 인물, 풍습 등을 찾아나 선 이야기이다.“길이 없으면 만들며 간다.”란 시 귀처럼 <왕궁면지> 편찬 사업은 없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왕궁면지> 도 마르코가 험난한 여정과 역경을 이겨내고 엄마를 찾았듯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보물을 찾아 절반쯤 다다랐다. 설익은 밥이 되지 않도록 뜸도 잘 들여 나가야겠다. 내년 벚꽃 피는 춘삼월이면 주민들의 품안에 <왕궁면지>를 안겨 줌으로써 왕궁 부활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 만리향이 되어 훨훨 날아가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