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 가족, 그 영원한 이름

가족, 그 영원한 이름

하인애

참 질기고도 기나긴 한 시절이 우리들의 삶속에 똬리를 틀어버린 지 어느새 이 년이 흐르고 있다. 그 시간 속에서 삶의 모습이 이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린 가족들이 참 많을 것이다.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던 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슬픔을 견뎌내고 있는 가족들도 있을 것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생업을 끝까지 지켜내며 애쓰는 가장도 있을 것이고, 서로 떨어져 살아도 오고 갈수라도 있었던 예전을 그리워하며 그저 컴퓨터나 핸드폰의 화면으로 그리움을 달래야하는 가족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지금 이 시절을 잘 견디며 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삶의 모습이다.

시대를 거치며 가족의 모습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가 되면서 요즘은 1인 가구의 숫자도 눈에 띄게 많이 증가했다. 이런 일들이 너무나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다 보니 많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전혀 연고도 없이 삶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증가하는가 하면, 1인 가구를 위한 보험 상품의 판매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바로 우리 사회가 이미 가족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인류의 시작부터 존재했었고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존재해야 할 인간 사회의 처음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인간은 가족이라는 첫 번째 관계 속에서 배우고 익힌 개념들을 통해 더 넓은 관계를 지속하고 유지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족의 기능이 가족 구성원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온 마을 어른들의 가르침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훈육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가지 시대의 아픔을 숙명처럼 겪고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를 다 잃어버리고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너무나 오랜 시간을 살아야 했다. 그 시간동안 가족 안에서 진정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가치는 사라지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혀야 할 삶의 기술만이 최고의 가치인 양 대접을 받는 사회 분위기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 결과 가족 안에서 제대로 인성을 키우지 못한 아이가 성인이 되고 다시 부모가 되면서 자신이 가족 안에서 경험한 삶을 또다시 자녀에게 물려주는 악순환이 반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젊은 부모세대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의 나라 지배를 받고 살다 전쟁까지 겪어야 했던 부모님들 앞에서는 더 이상 원망이나 분노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정서적인 부분까지 친절한 부모가 되어주기엔 시대의 아픔이 그들의 행복한 일상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가정과 교육이라는 울타리의 포근함을 느끼지 못한 가엾은 세대였기에 그저 세상에 나를 존재케 하신 것으로 우리의 부모님들은 할 일을 다 하셨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기를 끄는 직업의 종류도 변해가고 있는데 요즘은 심리치료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가끔 TV에서도 부부나 자녀 교육에 대한 상담 프로그램이 나오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고 그들의 지친 마음을 어디에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마음을 치유해 줄 전문가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젊은 부모세대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반드시 해내야만 이 시대의 가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우리 가족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내 자녀가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일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깨달아가는 아이로 키워야 할 것이다.

만약,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스무 살 이후에 떨어져 사는 가족이 있다면 올 해가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그를 돌아볼 일이다. 내가 그의 생일은 기억하고 있는지, 하는 일은 고되지는 않은지, 밥은 제 때에 챙겨먹고 다니는지. 힘들게 보낸 시절에 가족의 공감이 없으면 그의 가슴은 허허 벌판에 외로운 까마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다른 이가 아닌 가족의 공감은 버거운 현실을 살아야 하는 이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이다음 세대에도 전해주고 싶은 젊은 부모들은 반드시 의식이 각성이 필요하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올 새 해에는 이 땅의 더 많은 가족들이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