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살다보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을 가끔 하게 된다. 인생사가 꼭 자신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중국 청나라 시대의 문인 포송령(蒲松齡)이 지은 <요제지이(聊齋志異)>라는 전기(傳奇)소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어느 선비가 과거공부를 하는데 번번이 낙방했는데, 가산이 기울고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가출해버렸다.

그는 자살하려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너무도 억울해서 옥황상제에게 따졌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 시합을 시키면서 그에게 말했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 술 시합의 결과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고, 정의의 신은 석 잔 밖에 마시지 못했다.

옥황상제는 말했다.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는 법이다. 세상이 7푼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긴 하나 3푼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도 또한 명심해야 한다.”

이 에피소드는 어찌 보면 포송령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 또한 뛰어난 문재로 평가됐지만 번번이 과거에 낙방한 사람이었다.

아무튼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7푼을 우리는 흔히 ‘운’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운의 실체를 연구한 결과, 운은 대체로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다.

첫 번째는 우연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작용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서 개인적 노력의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이 스스로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인간관계에 의해서 복잡한 양상으로 작용하는 인과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운이 선악의 영역이 아니고 다만 상황에 따라서 승수효과를 크게 일으키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즉 권선징악의 이치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운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차원, 특히 두 번째 차원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운은 대부분 개인적 능력과 노력, 세상사를 대하는 태도, 인간관계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가 가장 결정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과 부침(浮沈)을 잘 타면 대운을 맞이할 수 있고, 처신을 잘 하면 운을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운의 성격을 정리한다. 즉 개인의 운은 능력과 노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개인적 태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겠다. 운을 효과적으로 잡으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협력관계를 널리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개인의 운은 그가 속한 더 큰 세상의 운에 영향을 받는다. 작게는 집안의 운, 나가서는 지역의 운과 국가의 운, 더 나가서는 세계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개인을 포함하는 더 큰 세상의 운이 변하면, 대부분 개인의 운도 큰 방향에서 변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세상의 운은 다수의 구성원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특정인에 의해서 그 방향이 바뀐다. 운의 세계에서는 전체와 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세상에 우연은 없으며 반드시 내재된 운의 원칙이 작용하니, 이에 맞춰서 미래를 개척함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의 운을 만들고자 함이 운명학의 원리일 것이다.

개인의 운을 일반화시켜서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사회의 운을 일반화시켜서 논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운의 원칙을 볼 때, 사회의 운은 구성원들의 노력과 운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개별적인 구성원들의 노력과 운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간해서는 한 곳으로 모여서 방향을 잡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묘수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사회 전체의 운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리더의 능력과 운이 사회의 운을 좌우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3푼의 기(技)를 갖춘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3푼의 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하물며 7푼의 사회적 운(運)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능력을 조화시킴으로써 사회의 운을 극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대의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화합시킴으로써 사회적 능력과 운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운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리더의 제일덕목은 소통을 통해 화합을 이루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운을 불러들이는 소통능력과 소양을 갖춘 리더를 선택하는 사회적 안목이 사회의 운을 결정한다.